에너지바우처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에너지취약계층에 지급하는 전자카드형태의 이용권으로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3개월 간 전기·가스요금을 납부하거나 등유·연탄 등의 난방연료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되는 것이며, 특징은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난방연료 구입 등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제도는 에너지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이란 큰 기대와 함께 시행됐으나 올해 초 이 같은 반전됐다. 관련 예산이 턱 없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운영비를 포함해 1058억 원이 에너지바우처 예산으로 책정됐다. 현재 시행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은 수혜가구로 70만 가구를 내다보고 있다. 그 결과 지원기간인 3개월간 가구당 평균 지원금은 10만 원 내외, 월 평균 3만3000원 꼴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의 실효성 문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과연 월 3만3000원으로 에너지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인가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혹자는 언 발에 오줌을 누는 격이라고 혹평했다.
당초 예산은 터무니없지 않았다.
에너지바우처는 박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에 검토됐던 중요국정과제 중 하나였으며,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올해부터 오는 2017년까지 5100억 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또 같은 해 11월 전기요금을 평균 5.4% 인상하는 과정에서 8300억 원에 달하는 수입을 이 제도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반년이 채 되지 않은 올 초 정부는 에너지바우처의 올해 예산을 1058억 원으로 크게 줄였다. 단순계산으로 당초 예산이었다면 3개월 평균 가구당 20만 원 수준에서 지원이 가능하고, 한 달 가구당 6만6000만 원 수준에서 지원이 가능해진다.
관련 예산이 축소되면서 정부가 꿈꿔왔던 에너지복지 사각지대 해소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생색내기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에너지빈곤층의 동절기 에너지비용은 상대적으로 높다. 난방단가가 높은 등유와 전기 등을 이용하기 때문인데 당장 등유바우처가 16만 원 수준에서 지원되는 것에 견줘 봐도 현실과 크게 동 덜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갑작스럽게 정부가 에너지바우처 예산을 축소한 것은 고질적인 예산부족도 있겠지만 에너지복지 안전망을 확충에만 급급해 세밀한 정책설계를 하지 않았던 탓도 있다. 심층적인 학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포괄적으로 예산을 편성한데 따른 결과다.
특히 정부는 에너지빈곤층이 갈수록 복잡·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월 3만3000원으로 에너지빈곤층의 고단한 겨울나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에 분명 답해야 한다.
최근 에너지시민연대에서 실시한 에너지빈곤층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에너지빈곤층의 전형적인 모습은 70세 이상 고령층, 독거가구,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 거주, 월 60만 원 이하 저소득층, 고혈압·당뇨 등 지병 보유자, 정보소외계층 등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들에게 월 3만3000원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비용인지 정부는 세심하게 다시 고민해야 한다. 이후 에너지바우처 관련 예산을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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