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공공기관 길들이지…사회 불안감만 조성
[데스크칼럼]공공기관 길들이지…사회 불안감만 조성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5.06.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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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에너지타임즈 취재팀장-
【에너지타임즈】요즘 에너지공공기관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에너지공공기관 3곳 중 1곳이 성과급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떤 이유에서든 공공기관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 아니 볼 수 없다. 그래서 정부가 얻고자 하는 것은 뭔가. 당장 혼탁한 정국을 전환시키고 현 정부의 인기도를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또 분명한 건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적잖은 걸림돌이 되고 있음이다.

공공기관에서 촉발된 이 불안감은 사회저변으로 확대되고, 이는 곧 국민들의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이들의 지갑을 열지 못하게 하는 간접적인 단초가 되고 있다.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순기능 이외의 기능이 마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회적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먼저 현 정부의 공공기관 길들이기의 단적인 예를 살펴보자.

올해 실시된 에너지공공기관에 대한 정부경영평가결과 D등급을 받은 한국남부발전(주)·한국석유공사·한국수력원자력(주)·한국전력거래소, E등급을 받은 한국가스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한국중부발전(주) 등의 소속 직원들은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실시된 정부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중부발전(주)·한국서부발전(주)·한국동서발전(주)·한국원자력환공공단·전력거래소, E등급을 받은 한국가스공사·한국수력원자력(주)·대한석탄공사·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의 소속 직원들이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21곳 중 절반수준이다.

그렇다면 3년 전 실시된 정부경영평가결과를 살펴보자. 당시 에너지공공기관 21곳 중 D등급을 받은 곳이 단 3곳으로 E등급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이를 감안할 때 에너지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가 대체적으로 하향조정 됐음이 유추된다.

물론 원전비리사태와 MB정부 당시 추진됐던 해외자원개발사태 등 일련의 사태가 반영된 것이 지난해 정부경영평가결과다. 올해는 특별한 이슈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채관리 등의 지표를 강화하면서 정부경영평가결과가 하향조정 됐다.

게다가 정부경영평가결과 발표 당시 방문규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공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많다면서 부채감축과 방만한 경영 해소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말을 남기는 등 공공기관 길들이기가 아직도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공공기관 길들이기가 작금의 위축된 경제상황에서 적절한가. 분명 따져볼 문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소비위축으로 돈이 회전하지 않고, 정부는 충분한 세수를 걷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1/4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올 1/4분기 가계에 지출하지 않고 남겨둔 여윳돈이 29조6000억 원으로 전 분기 14조5000억 원에 견줘 15조1000억 원이나 늘었다. 가계소득이 늘었으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이 소득은 예금 등에 묶이면서 소비지출을 크게 자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사회분위기는 대내외 환경의 영향도 물론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 만들어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MB정부 당시 추진됐던 공공기관 선진화정책과 현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공공기관 정상화계획이 이어지면서 공공기관 순기능 이외에도 다른 공공기능을 사실상 마비시켰다. 우리 사회에서 돈의 흐름인 물꼬를 낼 공공기관의 자금이 꽁꽁 묶이면서 지금의 경제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MB정부 당시 4대강사업과 해외자원개발사업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선진화정책이란 이름하에 한 차례 돈줄이 막혔다. 당시 공공기관의 지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관련 산업은 시장을 잃으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직도 진행형이다.

현 정부 들어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계획 추진과정에서 복지수준이 하향조정 됐다. 심지어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복지수준은 절반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그 동안 복지포인트 등으로 소비주체가 됐던 공공기관 직원들이 소비의 발길을 딱 끊은 것인데 그러면서 복지포인트가 지출되면서 유통됐던 돈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 복지포인트가 유통되면서 수익을 얻었던 소상공인이나 제조업체, 심지어 대기업까지 수익이 악화되면서 이들이 납부해야 할 세수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성과급도 마찬가지다. 일종의 상여금 성격이 강한 성과급이 없거나 작아지면서 이들의 가계지출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결국 세수부족으로 귀결되어지는 분위기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소비위축이 사회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주고 있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공공기관 직원들이 지출을 자제한다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불안에 떨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된다는 것.

공공기관 직원으로부터 시작된 소비위축은 도미노처럼 국민생활의 전반에 걸쳐 불안감을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의 형편이다. 공공기관의 복지가 후퇴한 자체만으로 보면 비중이 크지 않지만 간접적인 영향력까지 꼼꼼하게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댐의 자그마한 균열이 댐을 무너뜨리는 시초가 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기관 길들이기, 때가 있다. 적어도 의도적으로 공공기관을 흔드는 것은 지금의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사회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은 국가기간산업을 책임지는 순기능과 함께 정부가 관련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유일한 명분임과 동시에 사회 불안감을 안정화시키는 기능도 함께 갖고 있다.

물론 공공기관에 대한 잘못된 관행이나 예산낭비 등에 대해선 지체 없이 바로 잡아야겠지만 필요이상의 공공기관 길들이기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란 뜻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메르스사태에서 우리는 불안감 조성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하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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