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공기관에서도 간부시험을 포기한 직원들이 부쩍 늘었다. 간부가 되면 급여가 되레 줄어드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기존 급여와 비슷하더라도 직원들의 급여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하후상박(下厚上薄)’의 영향으로 직원들의 급여가 더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최근 간부들이 성과급을 반납하는 등 간부들의 급여를 위협하는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에 더해 비슷한 급여수준에서 관리책임이 무거워지고 업무의 양이 크게 늘어나면서 간부가 되기보다 직원으로 남는 것이 개인적인 입장에서 더 이득이란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서 초급간부시험의 경쟁률이 최근 들어 부쩍 줄었다.
한 에너지공공기관의 초급간부시험 경쟁률을 살펴보면 지난 2011년 3.5대 1이던 경쟁률이 2012년 2.5대 1, 2013년 1.5대 1 등으로 조금씩 하락했다. 그러다 2014년 1.6대 1, 올해 1.8대 1로 소폭 회복했다. 올해 경쟁률을 5년 전에 견줘보면 절반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또 정부에서 공공기관 정상화계획 등으로 피로도가 한층 높아진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간부가 되기를 포기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그러면서 회사 측에서 간부시험을 독려한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결국 관리책임이 무거워지고 업무의 양이 크게 늘어난 반면 그에 합당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정부에서 제시하는 기준으로 인사체계가 운영되다 보니 사측 입장에서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음에 따른 부작용이다.
그러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조직 내 위계질서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젊은 간부가 경력이 많은 직원들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는 게 얼마나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직급 간의 질서와 선·후배 간의 질서를 두고 갈등의 요소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갈등이 심화되면 결국 조직의 분열을 만들어내고 노사 간 관계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력이 많은 직원들이 중심에 서서 조직을 컨트롤하고 리더가 돼야만 조직 내 위계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업무의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회사와 관련 산업에 대한 충성도도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공기관도 회사다. 그래서 직원들이 간부가 되기를 포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정부가 공공기관에 인사관리 등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지 못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은 민간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일이거나 전력·가스 등 국가기간사업을 하는 만큼 충성도가 어느 회사보다 높아야 한다. 이들 기관을 민영화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이상적인 회사는 내가 일한만큼 급여를 받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곳이다. 민간기업도 일한 만큼 급여를 받아가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민간기업의 모델이자 정부의 기업인 공공기관마저 이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해갈지 정부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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