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기관도 일한만큼 급여 받아야
[사설]공공기관도 일한만큼 급여 받아야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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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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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최근 간부가 되기를 기피하는 현상이 공공기관 내 크게 심화되면서 조직 내 위계질서가 위협받고 있다. 젊은 직원들은 그나마 간부시험을 보려는 경향이 있으나 경력이 많은 직원은 간부가 되지 않겠다고 간부시험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공공기관에서도 간부시험을 포기한 직원들이 부쩍 늘었다. 간부가 되면 급여가 되레 줄어드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기존 급여와 비슷하더라도 직원들의 급여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하후상박(下厚上薄)’의 영향으로 직원들의 급여가 더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최근 간부들이 성과급을 반납하는 등 간부들의 급여를 위협하는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에 더해 비슷한 급여수준에서 관리책임이 무거워지고 업무의 양이 크게 늘어나면서 간부가 되기보다 직원으로 남는 것이 개인적인 입장에서 더 이득이란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서 초급간부시험의 경쟁률이 최근 들어 부쩍 줄었다.

한 에너지공공기관의 초급간부시험 경쟁률을 살펴보면 지난 2011년 3.5대 1이던 경쟁률이 2012년 2.5대 1, 2013년 1.5대 1 등으로 조금씩 하락했다. 그러다 2014년 1.6대 1, 올해 1.8대 1로 소폭 회복했다. 올해 경쟁률을 5년 전에 견줘보면 절반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또 정부에서 공공기관 정상화계획 등으로 피로도가 한층 높아진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간부가 되기를 포기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그러면서 회사 측에서 간부시험을 독려한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결국 관리책임이 무거워지고 업무의 양이 크게 늘어난 반면 그에 합당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정부에서 제시하는 기준으로 인사체계가 운영되다 보니 사측 입장에서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음에 따른 부작용이다.

그러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조직 내 위계질서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젊은 간부가 경력이 많은 직원들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는 게 얼마나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직급 간의 질서와 선·후배 간의 질서를 두고 갈등의 요소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갈등이 심화되면 결국 조직의 분열을 만들어내고 노사 간 관계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력이 많은 직원들이 중심에 서서 조직을 컨트롤하고 리더가 돼야만 조직 내 위계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업무의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회사와 관련 산업에 대한 충성도도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공기관도 회사다. 그래서 직원들이 간부가 되기를 포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정부가 공공기관에 인사관리 등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지 못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은 민간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일이거나 전력·가스 등 국가기간사업을 하는 만큼 충성도가 어느 회사보다 높아야 한다. 이들 기관을 민영화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이상적인 회사는 내가 일한만큼 급여를 받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곳이다. 민간기업도 일한 만큼 급여를 받아가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민간기업의 모델이자 정부의 기업인 공공기관마저 이 시스템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해갈지 정부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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