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지원금 몇 푼으로 지방이전 성공 못해
[데스크칼럼]지원금 몇 푼으로 지방이전 성공 못해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5.03.06 21: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철 에너지타임즈 취재팀장-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서울로, 서울로 향했다. 오죽했으면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말은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라 했을까. 현재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살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균형발전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특히 많은 젊은이들이 서울로 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내놓으라는 대학들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탓인데 지방에서 태어난 이들이 교육을 위해 서울로 상경하게 된다. 공부를 마친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취업을 하고 정착하게 된다. 그러면서 수도권에 거주하는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와중에 국토균형발전이란 목적을 안고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를 조금이나마 분산시켜보자는 취지와 함께 산업을 분산시킴으로써 국토균형발전을 이뤄보자는 차원이다. 특별법까지 만들어져 갈등이 있긴 했으나 이 정책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그러면서 지방에서도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톡톡히 바라고 있는 눈치다. 가뜩이나 인구유출과 산업위축 등으로 예산을 확보하는데 적잖은 곤욕을 치러왔던 지역사회는 로또라도 맞은 것처럼 반기지 않을 수 없다.

아직 공공기관 이전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세대이전 수준은 대략 30%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 숫자에 허수도 많다. 미혼자의 경우 단독이전이 곧 세대이전이기 때문에 이러한 직원들을 제외하면 그 수는 턱없이 모자란다. 주거의 자유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들을 강제로 이주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공공기관과 지역사회가 서로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공공기관과 지역사회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찾아내야 한다. 단기적인 방법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당장 힘들더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긴 호흡을 갖고 보다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당장 몇 푼의 지원금으로 지역사회에서 요구하는 시너지효과를 내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당장 공공기관이 이전했으나 지역사회에서 원하는 만큼 경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활성화는 고사하고 이전공공기관 직원들은 퇴근 후 대포 한 잔 마실 곳이 없는 혁신도시도 수두룩하다. 돈을 지출할 곳이 없으니 지역경제 활성화는 꿈에서나 있을 일이다.

그러면서 당장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지역사회의 눈치를 보며 예산을 지역사회에 쏟아 붓고 있다. 그러면서 부작용도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이전한 지역으로 예산이 집중되다보니 기존 전국적으로 지원되던 사업이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등의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그야말로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형국이다.

물론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지역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도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이 예산을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지역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서울로, 서울로 향하는 젊은이들을 지역사회에 발을 묶어 두는 방법이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 준비를 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 동안 지역의 재원이 서울에 집중된 것 중 하나는 서울로 상경한 자녀들의 학자금과 생활비 등이 서울에 집중되기 때문인데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에 예산을 쏟아 붓지만 결국 이 예산은 돌고 돌아 서울로 돌아오고 있다. 또 대학가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상권도 우리나라의 소비를 주도하는 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동안 국가균형발전이란 논의가 될 때마다 수도권에 집중된 일류대학을 지역으로 옮기자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지역의 대학이 특화되거나 관련 학과가 유명세를 타게 되면 서울로 향하던 젊은이들의 발길이 지역에 머물게 되고, 이곳에서 새로운 소비를 할 수 있는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다. 또 서울로 향하던 재원이 더 이상 지방사회에서 빠져나가지 않게 된다. 지역대학을 육성하거나 이 대학의 특정학과를 특화시킨다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지금처럼 공공기관이 형식적인 것에 가까운 산학협력 등으론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없다. 일종의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학들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고, 일부 대기업들이 이들 학교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서 젊은이들이 앞 다퉈 모여들고 있다. 전폭적인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공공기관이 지역의 대학, 특히 관련 학과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서울로 향하던 젊은이들이 지역에 머물게 되고, 타지에서 온 젊은이들도 학교를 졸업한 뒤 지역사회에 정착하게 되면서 인구는 그 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면 지역경제는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성공열쇠는 분명 인구를 늘리고, 지역의 상권을 활성화시키는데 있다.공공기관 직원만으로 이를 충족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공공기관은 앞으로 젊은이들이 모여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힘을 써야 한다.

물론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조금씩 터를 닦아 놓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농협대학이나 철도대학처럼 전문화된 대학이 요즘 같은 시절에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학교가 아닐 수 없다. 이만큼은 아니더라도 나주로 이전한 한전이 지역대학의 전기학과는 전국에서 최고의 학과로 만드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단순한 산학협력을 떠나 일정부분의 정원을 대학으로부터 추천을 받는다던지 내지는 가점을 부여하다는 등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절대 스타대학을 육성할 수 없다.

현재 이미 많은 공공기관이 이전을 완료했고, 아직 이전하지 못한 공공기관도 이전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당장은 잠잠한 시기를 걷고 있지만 조만간 분명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문제제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흔들리지 말고 긴 호흡을 갖고 지역사회와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당장 시끄럽다고 지원금 몇 푼으로 무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을 언제까지 끌어안고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또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지역대학을 육성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비롯해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풀어줄 수 있는 조치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