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성원전 1호기 검증기간 52개월간 뭘 했나
[사설]월성원전 1호기 검증기간 52개월간 뭘 했나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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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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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한수원이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최종 허가를 얻어냈다.

지난 2012년 11월 설계수명이 만료돼 멈춘 월성원전 1호기는 정기검사와 규제기관 승인이 날 것으로 보이는 4월 기준으로 29개월 만에 재가동되며, 오는 2022년까지 가동된다. 사업자 입장에서 한숨을 돌렸지만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당장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에 대한 허가가 나왔지만 이 과정이 석연찮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못한데다 앞으로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월성원전 후속호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월성원전 1호기는 재가동된다. 다만 억지로 봉합시켜놓은 갈등은 언제든지 시한폭탄이 될 수 있고, 월성원전 후속호기 계속운전 논란도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놓지 못한 탓에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과정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한수원이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의 신청을 한 지난 2009년 11월부터 4월 재가동까지 무려 53개월이나 걸렸다. 가스발전소 2곳을 건설하는 시간과 맞먹는다.

그리고 또 우유부단한 정부와 법만 따진 사업자, 일방적으로 반대한 환경단체 모두가 서로의 입장만 고집하면서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수명(10년)은 실제로 2년 반이나 줄었다. 앞으로 7년 반밖에 가동할 수 없게 된 셈인데 계속운전 시점이 설계수명이 만료된 시점부터이기 때문이다.

결코 누구에게도 생산적이지 못했다. 정부와 사업자는 수천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교체하고 정비한 원전설비를 무려 2년 반이나 가동하지 못해 손실을 입게 됐고, 환경단체도 끝내 월성원전 1호기 문을 닫지 못했기 때문에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패했다.

지난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두 번이나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연기됐던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안건을 상정시켰다. 이날 회의는 15시간이나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난항을 거듭하다 날을 넘겨 새벽에 표결에 붙여졌다. 총 9명의 위원 중 반대 측 위원 2명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고, 나머지 위원 7명은 찬성표를 던졌다. 이 표결을 위해 52개월이란 검증기간을 거친 셈이다.

이날 월성원전 1호기 원자로 격납건물 안전기준(R-7) 적용문제가 큰 쟁점으로 부상됐다. 이 기준은 중수로원전을 운영하는 캐나다정부가 체르노빌원전사고 이후 지난 1991년부터 원자로 냉각재 상실사고 발생상황에 대비해 격납용기 안전장치를 강화하도록 한 안전기준이다. 월성원전 2·3·4호기에만 적용되고 월성원전 1호기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반대 측은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제기했다. 찬성 측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 문제뿐만 아니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자질문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월성원전 1호기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국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근거 없는 주장에 흔들렸고 맹목적인 우격다짐에 무너졌다. 그 결과 주민수용성은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결코 표결은 이 안건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지 못한다. 찬성 측 위원들이 많으면 통과 될 것이고 반대 측 위원들이 많으면 통과되지 못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이야기다.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실로 궁금하다.

정부는 그 동안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계속운전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에게 공공연하게 말해 왔다. 따라서 적어도 이 문제를 표결에 붙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단 하나의 의혹이라도 풀고 가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정부는 국민에게 거짓을 말한 셈이다.

분명한 것은 그 동안 정부나 사업자가 뭘 했냐는 것이다. 환경단체에서 지적하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검증기간 52개월 동안 뭘 했는지, 뭘 준비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될 부분에 대해 손질하고 대책을 마련하라는 차원에서 검증기간은 필요한 것이다. 결국 행정절차에만 치중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갈등만 양산뿐만 아니라 기준을 만들어놓지 못했다는 것은 큰 오점이다. 과거를 과거로 덮을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의사결정과정 등을 면밀히 분석해 보다 효율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그러면서 원전의 계손운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명확한 기준과 근거가 있다면 분명 판단의 능력이 있다. 결국 선택은 국민이 한다. 정부나 사업자, 환경단체 등은 국민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그게 여론이다. 이번처럼 여론이 엇갈리는 것은 이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임을 반증한다.

사업자든 환경단체든 서로가 서로를 이해시키지 못하면서 과연 국민은 설득시킬 수 있을까. 또 편 가르기를 할 것인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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