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원전철회! 법적효력 있는 주민투표 무산됐지만…
삼척원전철회! 법적효력 있는 주민투표 무산됐지만…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4.09.1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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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후 급물살 탔던 유치철회 주민투표 분위기만 이어가
삼척시선거관리위원회, 안전행정부 유권해석 토대로 국가사무 인정
법적효력 없는 민간기구 중심 주민투표 내달 시행될 것으로 관측돼
6.4 지방선거로 촉발됐던 법적효력 있는 대진(삼척)원전 유치철회 주민투표가 삼척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다만 삼척시민을 중심으로 삼척시민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는 내달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법적인 문제는 이처럼 매듭지어진 모습이지만 삼척지역 여론은 여전히 끊고 있는 용광로로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뜨겁다.

지난 2012년 새로운 원전후보지역 지정 고시로 매듭지어질 것 같았던 삼척지역에서 또 다시 대진원전 유치 찬반논란이 불거진 배경과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의 결론, 앞으로 삼척시가 추진할 반핵 관련 정책을 정리해 본다.


원전후보지역 지정 고시된 ‘대진원전’

지난 2012년 9월,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 대진(삼척)원전과 천지(영덕)원전이 우리나라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원전부지로 확정됐다.

당시 지식경제부(現 산업통상자원부)는 제57차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한국수력원자력(주)에서 제출한 원전예정구역에 대한 심의결과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일대와 경북 영덕군 영덕읍 일대를 새로운 원전후보지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고시했다.

이번에 지정된 원전부지에 대진원전과 천지원전으로 이름이 붙여진 원전본부가 조성되며, 이곳에 최소 1500MW급 가압경수로형 원전 4기가 건설된다. 또 추후 4기를 추가로 건설할 수 있는 유휴 부지가 확보될 예정이다.

이번 신규원전부지지정과 관련 사업자인 한수원은 ▲문화재조사 ▲환경영향평가 ▲방사성환경평가 ▲전원개발실시계획 등의 과정을 거쳐 원전을 건설하게 된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특별지원금 3000억 원을 비롯해 기본지원금과 사업자지원금을 받게 된다.

특히 원전후보지역 고시에 앞서 강원도 삼척시와 경북 울진·영덕군 등 3곳이 거론됐으며, 유독 삼척지역에서의 반발이 강하게 표출된 바 있다. 이후에도 환경단체 연대체인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강원도 삼척과 경북 영덕의 신규원전예정구역으로 지정한 것을 규탄하는 등 반발을 이어갔다.


6.4 지방선거 공약으로 불거진 ‘주민투표’

그 동안 대진원전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가운데 대진원전유치철회 주민투표에 불을 지핀 것은 6.4 지방선거.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대진원전을 건설하는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데다 대진원전 유치를 주도했던 김대수 前 삼척시장을 누르고 당시 원전반대 단일후보인 김양호 후보(무소속)가 삼척시장으로 당선되면서부터다. 선거기간 중 그는 대진원전유치철회 주민투표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김양호 삼척시장은 당선인 시절 “(삼척)의회와 협의를 거친 후 주민투표를 거쳐 그 결과를 갖고 원전을 백지화시키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당선소감을 밝히면서 대진원전유치철회 관련 주민투표에 불이 지펴졌다.

지난 7월 김 시장은 취임사를 통해 7만5000명에 달하는 삼척시민의 뜻과 힘을 모아 대진원전 백지화를 반드시 성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그는 대진원전건설이 국책사업으로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란 사실을 의식한 듯 “(대진원전유치철회 주민투표가) 법적 효력은 없다고 해도 (삼척)시민의 (대진원전유치 유무의) 확실한 의사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등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주민투표가 무산되더라도 주민투표를 강행할 것이란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간 갈등 촉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전원전유치철회 주민투표를 두고 맞붙었다.

삼척시의회는 지난달 26일 재적인원 8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제171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삼척시에서 지난 19일 제출한 ‘주민의 복리·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삼척(대지)원자력발전소 유치신청 철회에 관한 주민의견수렴을 위한 주민투표 시행 동의(안)’을 상정시킨 결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삼척시는 주민생활과 안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전을 건설해 달라는 유치신청의사를 제출하거나 그 의사를 유지·철회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 주요 결정사항이라는 점을 들어 주민투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삼척지역 움직임과 관련 관할 정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민투표를 할 수 없다는 근거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현재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지정 등을 포함한 원전시설의 입지·건설에 관한 사항은 ▲전원개발촉진법 ▲원자력안전법 ▲지방자치법 등에 의거 추진되는 사업으로 국가사무라고 산업부는 주장했다.

따라서 산업부는 대진원전 유치신청 철회 등과 관련된 사무는 국가사무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고 주민투표법에서 규정한 국가의 권한이나 사무에 속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삼척시가 삼척시의회를 거쳐 실시하고자 하는 주민투표는 주민투표법에 의거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국가사무로 교통 정리

법적효력을 갖는 주민투표 여부결정은 고스란히 삼척시선거관리위원회로 넘어갔다.

삼척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일 위원회 회의를 열어 대진원전 유치신청 철회에 관한 사항이 국가사무이므로 주민투표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안전행정부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주민투표 업무를 수탁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중앙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적효력이 있는 주민투표가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삼척시는 삼척시민 대의기관인 시의회가 전원 만장일치로 의결한 주민투표를 선거와 투표에 관한 법률적 판단과 해석권한을 가진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원전건설 당사자인 안전행정부 의견에 따라 주민투표 사무 관리를 포기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 동안 삼척시는 법률검토결과 원전건설은 안정행정부 해석처럼 국가사무가 맞으나 원전신청과 철회는 지방사무라고 판단하고 대진원전 유치철회 주민투표를 추진해 왔다.

삼척시의회 측도 이번 주민투표는 원전유치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직접 의사를 묻는 국내 첫 주민투표이고 시의회까지 만장일치로 통과한 주민투표 요구를 삼척시선거관리위원회가 거부한 것은 지역주민들의 자율성을 막는 조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삼척시는 삼척시민 스스로 투표관리위원회를 구성해 투표를 실시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만큼 삼척지역 환경·시민사회와 종교단체 등의 지도자들이 나서줄 것을 희망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법적효력 없는 민간기구 중심 주민투표 추진

주민투표 법적효력은 없으나 삼척시민의 대진원전 유치신청 철회 여부를 묻는 민간기구 중심의 주민투표가 내달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삼척시에 따르면 민간기구인 삼척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가 지난 12일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이 위원회는 위원회를 열어 정관·규정·관리규칙·일정 등을 심의·결정할 예정이며, 초대 위원장은 정성헌 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위원회는 운영규칙과 선거규칙, 일정 등을 심의한 결과 오는 15일 경 투표일을 공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는 오는 15일 주민투표일이 공고되면 30일 이내에 주민투표를 시행하게 되지만 주민투표에 종사할 자원봉사자들의 여건을 감안해 법정 휴무일인 내달 9일 주민투표일로 유력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5일 발기인대회를 가진 삼척원전 백지화 범시민연대는 오는 17일 삼척문화예술회관에서 창립총회를 열어 원전백지화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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