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한 정부! 다만 무능할 뿐
최선을 다한 정부! 다만 무능할 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4.04.2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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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트칼럼-김진철 에너지타임즈 취재팀장>
진도 여객선이 침몰한지 29일 기준 13일째다. 아직도 97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야속하게 하늘도 도와주지 않는다. 죄인이 된 국민들의 조문행렬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왕좌왕했던 정부의 초동대응도 해외 언론으로부터 망신을 당했다. 국민의 눈과 귀가 됐어야 할 언론은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고 방송사 출신의 한 기자는 이 언론에 욕설을 퍼부었다. 욕을 먹은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뻔뻔하게 변명했다.

때 아닌 오대양사건이 이슈로 부각되고, 지난 1997년 부도를 맞은 세모그룹 관련 일들이 급부상했다. 여론이 점점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 걱정스럽다. 아직 침몰선에는 생사를 알지 못하는 97명의 승객이 있는데...
2014년 4월 29일 대한민국 모습이다. 그곳에 내가 있고, 우리가 있다.


침몰선의 디테일한 부분 등은 조사해 보면 다 나올 일이지만 하나만 짚어 넘어가고자 한다. 안전에 대한 정부의 인식,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잠수요원이며 구조선, 항공기 등이 많이 대기하고 있다고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백만 대군이 있으면 뭐하나, 이들을 이끌 우두머리가 없으면 오합지졸이 되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SBS 다큐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이날 침몰선에서 탈출한 선원에게 기자들이 왜 구출을 돕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배가 기울어져 움직일 수도 없는데 뭘 할 수 있느냐면서 되레 소리를 질렀다. 이에 앞서 한 해양경찰은 ‘해경이 못한 게 뭐냐, 80명을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며 물의를 일으켰다. 이들의 말에서 절대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말이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며, 더 이상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지 말거나 이를 극복하라고 국민은 없는 살림에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투자하는 것이다. 극한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왜 고용돼야 하며, 국민의 혈세는 왜 필요한가. 가령 청와대 경호원들이 자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VIP를 지켜내는 것이랑 이들의 임무랑 다를 게 도대체 뭔가.

이뿐만 아니라 유가족들의 분노를 산 것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능력. 며칠째 잠수부 몇 명만 왔다갔다. 그 동안 뭘 했는지 따져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유속이 느리고 수심이 낮은 곳에서만 해상사고가 난다는 법이 도대체 어디 있나. 당연히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깊은 곳에서도 해상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핑계거리가 참 고상하다. 그렇다면 후자에 대한 매뉴얼은 아예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해본 경험이 없다’ ‘위험할 수 있다’ 등의 변명이 정부 매뉴얼이다. 이게 정부의 최선이라면 더 이상 국민이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

유족들이 대책을 요구하면 할 수 없이 그나마 수색의 흉내를 내는 것도 웃을 일이다. 민간구조단들이 사고현장에서 대기만하다 얼굴을 붉히며 돌아갔다는 인터뷰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손 하나가 아쉬운 판에 도대체 뭐가 무섭고 두려운지... 국민보다 무서운 게 도대체 뭔지 묻고 싶다. 정부 측은 능력을 확인할 수 없어 그렇다지만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고 말도 있지 않나. 목숨 잃을 걸 뻔히 알면서 잠수하게 둘 잠수부는 또 어디 있을까.

그들(정부) 입장에서 분명 최선을 다한 일일 수 있다. 그게 문제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그 누구도 동정을 보낼 수도 없을 만큼 무능했다. 분명히 이번에 드러났다. 이 와중에 매뉴얼인 듯 사태의 심각성을 해결하겠다면서 국무총리는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은 이를 수리하기로 했다.

필자가 전문가는 아니다. 다만 에너지 관련 취재를 할 때 가장 답답했던 것은 안전에 대한 관계자들의 인식이다. ‘그럴리가요’ ‘그런 일 없어요’ 등의 말을 곧잘 듣게 되는데 참 한심하기 그지없다. 좀 오래 전 일이지만 혹여나 북한의 미사일이 에너지시설을 공격하면 어떻게 되냐고 묻자 이들 관계자들은 ‘글쎄요’ ‘그건 안전팀에서 알고 있어요. 전 담당자가 아니라서 잘 몰라요’라고 답했다. 원전, 발전소, LNG생산기지, 석유비축기지 등 이 시설이 테러를 당한다면 그 피해는 가늠조차 힘들 정도다. 천재지변이지만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가 가져온 재앙을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를 누가 예견했을까. 참사는 예고하지 않는다. 설마 하는 생각이 국민을 위협하는 악마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위험수당을 비롯해 국민의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정부가 더 좋은 근무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냥 잘 나서 주는 혜택이 아니다.


대한민국, 무능해도 너무 무능하다.

죄송합니다, 대한민국 어른이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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