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공공기관 직원, 길바닥에 나앉을 판
갈 곳 없는 공공기관 직원, 길바닥에 나앉을 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4.04.22 21: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 팔고 사는 것도 만만치 않아…가족 설득 가장 힘들어
독신 직원 고시원도 없어…세집 살림할 처지에 놓이기도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올해부터 본격화됐다. 에너지공공기관 중 일찍이 이전했던 원자력환경공단에 이어 지난해 말 가스안전공사가 이전을 완료했다. 그리고 지난달 말 발전회사 중 남동발전이 진주혁신도시로 보금자리를 옮겨갔고 올해 중 상당수의 에너지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그 동안 수면 아래서 거론되던 문제점들도 표면화되고 있다.

공공기관 직원들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국토의 균형발전이란 큰 뜻을 받아들이지만 이전에 따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던 문제들은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대략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주거환경·인력이탈·기밀유출 등이 문제시되고 있다. 이번 호에는 주거환경문제를 살펴본다.



주거환경문제는 당장 표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장 갈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골칫거리다. 일부 직원들은 가족들과 함께 살 주택이나 전셋집을 구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토로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대출이다 뭐다 복잡하게 얽혀있어 내려갈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라면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면 몰라도 당분간 불편하더라도 부동산시장을 관망해 볼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솔직히 지방으로 내려갔으면 좋겠는데 가족들을 설득하는 게 너무나 힘들다”면서 “이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이 꽤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렇다보니 홀로 내려가는 동료들이 많은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홀몸으로 내려가는 직원도 살 집을 구하지 못해 난감한 건 마찬가지다. 에너지공공기관에 따르면 현행법상 사측에서 40%이상 숙소를 지원하는 것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숙소를 배정받은 직원은 한숨을 돌리겠지만 배정을 받지 못한 직원은 낭패다. 이중에서도 그나마 광역시 등 대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은 다양한 숙소를 고려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겠지만 소도시로 가는 직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고시원은 고사하고 원룸 자체를 구할 수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와 관련 사측 관계자는 “홀로 내려가는 직원이 많은데 반해 사택이 부족해 고민”이라면서 “여러 명이서 함께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사측에서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사실상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게다가 소수이기는 하나 부부가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경우다. 실제 남동발전에 근무하는 남편이 이미 경남 진주로 이전했고, 그의 아내가 동서발전에 근무함에 따라 곧 울산으로 내려갈 처지에 놓인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결과 이 같은 사례는 에너지공공기관 내에서 다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최악의 경우 이 부부는 각각 지방으로 자녀는 서울에서 생활하는 등 3곳에서 살림을 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에너지공공기관 한 노조원은 “한쪽이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배우자가 공무원일 경우 공무원은 해당지역으로 전출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공공기관에는 그렇지 못하다”고 실상을 설명했다.

이에 에너지공공기관 한 실무자는 “공공기관 간 인력교류는 각사마다 업무가 다르고 급여체제 등 너무 달라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홀로 지방으로 내려가는 직원의 이동에 필요한 비용도 만만찮다. 가령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직원이 KTX 이용할 경우를 살펴보면 1회 왕복하면 KTX비용만 10만6600원이다. 월 2회 다녀올 경우 21만3200원에다 이동에 따른 대중교통비·식비 등을 감안하면 매달 30만 원이 훨씬 웃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경주로 내려간 한 공공기관 직원은 아무리 아껴도 한 달에 50만 원 정도는 이동에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솔직히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란 큰 뜻은 이해하고 기분 좋게 동참할 수 있지만 당장 아무런 기반이 없는 것이 답답할 뿐”이라면서 “최근 공공기관 정상화 등으로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초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사측에서 배려해 준다면 더 많은 직원들이 이전도시로 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내기도 했다. 또 “막상 이전해서 몇 달 살다보면 적응도 되고 가족들을 설득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이는 곧 더 많은 직원들이 이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측 실무 담당자는 “사실상 지방으로 이전하는 직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