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나라 사람들… 그리고 무능한 정부
딴 나라 사람들… 그리고 무능한 정부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4.04.2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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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트칼럼-김진철 에너지타임즈 취재팀장>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너무나 부끄럽고, 미안하고...

세월호가 침몰한지 벌써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떠들썩하던 술집은 침울해졌고, 술에 취한 한 지인은 우리가 뭘 할 수 있냐고 되묻는다. 일반 국민인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냥 함께 슬퍼하는 일 이외에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촛불을 들고 기도를 하고... 이들의 무사귀환만 염원할 뿐이다. 여섯 살짜리 딸아이가 무슨 일이냐고 되묻지만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두 가지만 짚고 넘어가고 싶어 팬을 든다. 대한민국이 눈물바다인데 딴 나라 사람인 지도계층과 관심병자들 그리고 무능하기 짝이 없는 정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다. 뭘 잘못했는지도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겉으로는 사과하고 잘못했다고 하지만 속내는 정말 모르겠다.

문제가 된 굵직굵직한 일들만 살펴보기로 하자. 인간으로써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일들을...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18일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빈소가 마련된 곳에서 거들먹거리다 유족들에게 망신을 당한데 이어 구조된 학생과 가족들이 치료를 받고 슬픔에 잠긴 유족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기다리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버젓이 의전용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게다가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21일 청와대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서남수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 팔걸이의자 때문에, 또 그게 사진 찍히고 국민정서상 문제가 돼서 그런 것”이라고 말해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송영철 안전행정부 국장은 세월호 참사현장 사망자 명단 앞에서 직원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다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할 말이 없다. 결국 해임됐다가 본인이 사표를 내 수리됐다.

이와 관련 민병욱 청와대 대변인은 “승진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순간적인 판단을 잘못해서 하루 아침에 옷을 벗게 된 것”라며 “더 큰 것(징계)을 바라는 국민 정서는 있겠지만 사형을 시켜야할 지 무기징역을 시켜야 할 지… 훈장까지 받았던 사람이 어느 날 생각 한 번 잘못해서 옷을 벗게 된 것도 가벼운 게 아니다”고 발언했다고 오마이뉴스는 보도했다. 송 국장 사태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모습이다. 장례식장에서 기념사진 찍는 사람이 어디 있나. 문제는 이게 판단할만한 가치가 있느냐다.

정치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후보자의 아들 정 모씨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데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에 물세례 하잖아.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냐’고 글을 올렸다. 곧바로 정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열어 거듭 사과했다.

금지옥여 키운 자식이 생사조차 알지 못하고 부모가 절망하고 고통에 몸부림치는데 이들의 슬픔을 함께 분노하는 우리 국민이 미개한가. 그렇다면 난 미개한 사람이고 싶다. 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면 모두 미개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권은희 의원(새누리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침몰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정부를 욕하며 공무원들 뺨 때리고 악을 쓰고 욕을 하며 선동하던 이들. 학부모 요청으로 실종자 명찰 이름표를 착용하기로 하자 잠적해 버린 이들. 누구일까요’란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 여성은 권 의원의 주장과 달리 실제 실종자의 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다.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란 색깔론을 펴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홍가혜 씨는 지난 18일 MBN과의 인터뷰에서 “배 안에 생존자의 신호를 들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해경이 민간 잠수부 투입을 막고 있다. 지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정부 관계자는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고 말했다”고 말했으며, 이는 거짓 인터뷰로 확인됐다.

그는 과거 일본 대지진 참사 당시에도 인터뷰를 가진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그는 도쿄 거주 교민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MBC뉴스와 인터뷰를 가지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구속됐다.

참 많기도 많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명 일베)의 회원 A씨가 모두 4차례에 걸쳐 침몰 사고로 실종된 여학생과 여교사들을 모욕하고 비하하는 글을 게시판에 올려 빈축을 샀고 결국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검거됐다.

심지어 목포해양경찰서 한 간부는 “해경이 못 한 게 뭐가 있느냐,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란 말이냐”면서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고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게다가 취재진과 민원인들이 보는 앞에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직원들에게 수차례 퍼붓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 당신네들이 하는 일이 뭔지 묻고 싶다.

더 말할 것도 없지만 하나만 따지고 가고 싶다. 대참사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단 한 사람이라도 살아 돌아오기를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그만큼 애절한 순간순간이 흐르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애도의 기간이다. 생떼 같은 젊은 생명이 얼마나 많이 희생되고, 안타까운 사연이 얼마나 많은가. 모든 걸 떠나 인간의 감정에 충실해야 할 기간이다. 그 어떤 것도 이 감정을 이용해선 안 된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이들이 왜 이렇게 국민의 마음을 몰라줄까. 그러면서 이들은 늘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한다.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이 사자성어만 잊지 말자. 그래도 슬프지 않다면...


또 한 가지.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가 헤매고 있다. 초반부터 우왕좌왕하더니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침몰 당시 탑승자 인원도 몰라 헤맸고, 최초 신고시간 등 모든 정보가 공식발표와 번복이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혼란만 가중됐다. 못 믿을게 정부라는 여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탑승인원이 고무줄도 아니고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는가. 탑승인원, 신고시간은 숫자다. ‘1+1=2’다. ‘3’이 될 수 없다. 그러나 2가 되었다 3이 되었다 했다. 가장 기본인 것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 얼마나 무능한가.

정부는 일부 관계자의 부주의라고 말하고 싶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이들을 관리하는 것이 바로 정부의 주요업무이기 때문이다. 분명 관리감독 부주의다. 이런 일에 대비해 정부는 많은 제도가 운영되고 있고 이를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다. 국민은 불편하면서도 정부의 요구에 착실하게 따라왔다. 그렇다면 그 동안 정부는 뭘 했느냐고 묻고 싶다.

혹여나 감추는 것이 있다면, 국민의 혼란을 위해 감춘다면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 보다 더 큰 혼란한 것이 어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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