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 설치될 ‘방수문’ 아시나요?
원전에 설치될 ‘방수문’ 아시나요?
  • 박해성 기자
  • pgnkorea@gmail.com
  • 승인 2014.04.0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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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압응동형 경칩 적용, 방수성능 획기적으로 제고
기존 방수문 대비 무게 45% 줄여, 신속출입 가능
3년 전 텔레비전을 통해 보도되었던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는 원자력 전문가에게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기자에게도 그 폭발 장면은 뇌리에 각인되어 버렸다. 아울러 폭발사고 이후 공개된 거대한 해일이 후쿠시마 원전을 덮치는 장면 또한 기억에 남아있다. 동일본 대지진 사건보다 후쿠시마원전 폭발사고가 회자되는 것은 ‘방사능’ 누출로 인한 '재앙' 때문일 것이다.

지난 3월 4일부터 6일까지 후쿠시마 원전사고 3주기를 맞아 일본 원전제로회 의원모임의 초청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지를 방문하고 온 김제남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라고 잘라 말한다. 김 의원은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의 피해복구는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는 멜트다운 되어 압력용기를 뚫고 나온 방사능은 격납용기마저 손상되어 누출되고 있고, 방사능 오염수는 하루 300여 톤이 여전히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의원은 또 “멜트다운으로 발생한 방사능물질은 사고 이후에도 원자로 안에 70%가 남아 손상된 원자로 밖으로 유출되고 있다”며 “사고 4호기는 사용후핵연료가 위험천만하게 보관되어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원전안전의 최후의 보루가 바로 방사능 누출을 막는 것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라는 ‘논픽션’은 방사능의 폐해와 그 재앙이,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웃 일본의 원전 사고는 국내 원전의 안전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됐다. 한수원은 특히 지진해일에 의한 침수로 비상전원 공급능력을 상실, 원자로를 안전하게 냉각시키지 못했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을 토대로 안전에 안전을 더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비상디젤발전기를 포함한 주요기기가 침수되지 않도록 방수형 배수펌프 등의 방수시설을 모든 원전에 설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방수시설 설치에도 불구하고 비상디젤발전기가 침수됐을 경우에 대비해 최대 200시간 연속 전원 공급이 가능한 3,200kW급 이동형비상발전기도 배치한다. 이 발전기는 차량에 장착돼 평소 침수 예방을 위해 부지가 높은 곳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비상시 출동해 원전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최악의 경우 원전연료가 손상돼 대규모의 수소가 발생하더라도 일본원전과 같은 수소폭발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기 없이도 작동하는 수소제거설비를 모든 원전에 설치하고 있다.

특히 한수원은 지난해 국내 모든 원전에 ‘지진 자동정지설비’를 장착했다. 원전 보조건물에 설치된 센서가 지진을 감지함과 동시에 원전 자동정지 시스템이 가동되는 것으로 제어봉이 자유낙하하며 원자로를 자동으로 정지시킬 수 있다. 이 설비는 리히터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를 자동으로 정지시켜 원전을 안정상태로 유지토록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해일로부터 원전을 보호하는 해안방벽도 고리원전에 설치됐다. 원자력발전소를 감싸고 있는 높이 10m, 두께 1.85m, 길이 2.1km의 거대한 콘크리트 방벽은 지난 2012년 고리본부에 설치됐으며, 방벽 건설에 사용된 콘크리트만해도 24,800㎥, 철근은 무려 600ton에 달한다. 아울러 방벽 남쪽에 설치된 높이 10m, 두께 0.8m의 대형 차수문(遮水門)은 해일경보가 울림과 동시에 닫히면서 바닷물이 원전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는다.

취임 후 전력·에너지 분야 전문신문 기자들과 만난 조석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은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최악의 자연재해에도 원전이 안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내년까지 1조 1천억 원을 투입해 총 56가지의 장·단기 개선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며 “후쿠시마 후속대책을 철저히 이행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 믿음을 주는 원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방수성능 탁월한 방수문 설치…지진해일 밀려와도 걱정없다

한수원은 최근 ‘고성능 밀폐형 방수문’을 원전에 설치하고 있다. 경첩 부근의 방수 성능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을 개선한 이 방수문을 자체 개발한 한수원은 내년까지 모든 원전에 이 방수문을 설치할 계획이다. 당초 한수원은 올해 말까지 이 방수문을 전 원전에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내진, 내화, 수밀 등 성능시험을 통해 실질적인 성능을 확인한다는 방침에 따라 설치 일정을 조정해 줄 것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요청한 바 있다.

한수원이 자체 개발한 방수문은 지진해일이 밀려와 수압이 높아질수록 문이 문틀에 더욱 밀착되는 ‘수압 응동형(水壓 應動型) 경첩’으로, 방수성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방수문을 사고 발생시 원전에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비상전력계통 및 주요 안전설비 구조물에 설치해 대형 자연재해에도 비상전력을 확보해 원전 안전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교훈 삼아 국내원전에도 내진설계된 방수문 설치 필요성이 제기돼 지난 2012년부터 규제기관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방수문 성능기준을 수립한 후 신제품 개발에 착수한 바 있다.

특히 기존 방수문은 내진성능 확인이 힘들고 경첩(힌지, hinge) 부근에서 방수성능이 떨어지며 무게가 무거워 개폐장치가 불편하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방수문은 지진·해일이 밀려올 경우 수압이 높아질수록 문이 문틀에 더욱 밀착될 수 있는 ‘수압 응동형(水壓 應動型) 경첩’을 국내 최초로 개발, 방수성능을 획기적으로 강화시켰으며, 현재 특허 등록된 상태다.

새롭게 개발된 방수문의 누설량은 기존 0.89L/min에서 0.4L/min으로 획기적 감소됐고, 무발포 ‘돌기형 가스켓’ 적용으로 저수위시 수밀구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수압 응동형(水壓 應動型) 이동 경첩’이 적용돼 문틀에 밀착, 수밀성 증대 및 하중을 분산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구조해석 시뮬레이션을 약 100회 정도 반복적으로 수행해 설계지진에 안전하면서도 기존 방수문(350kg)보다 무게를 약 45% 수준으로 경량화해 조작이 쉬운 개폐장치를 채택할 수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기존 문은 두께 4.5mm 이상의 철판 사용해 중량이 과다했다. 하지만 새롭게 개발된 방수문은 두께 2.3mm 철판 및 내부 보강재를 통한 보강구조를 사용해 157kg 경량화를 가능하게 했다. 아울러 편리한 개폐장치 채택해 비상시에 운전원들의 신속 출입이 가능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한수원은 특히 구조설계 최적화 방수문 개발로 구매비용 절감은 물론 규제요건을 만족하는 내진‧방수성능을 갖춘 국내 최초 국산방수문 개발이라는 성과를 이루게 됐다며 발전소 근무자의 출입과 유지보수 편의성 극대화와 더불어 신규 국내원전과 UAE 등 해외원전에 개발현황 제공 및 적용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방수문 개발로 지진·해일에 철저히 대비할 수 있어 발전소 침수방호능력을 증대시킬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방수문 제작 및 설치 공사 시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여 국민과 약속한 안전한 원전운영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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