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전력)정책이 먼저 정상화돼야지
비정상 (전력)정책이 먼저 정상화돼야지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4.02.0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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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트칼럼-김진철 에너지타임즈 취재팀장>
기업의 기본 속성은 이윤추구다. 이들에게 충분한 명분을 갖지 못한 채 공기업에 준하는 공공성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한 부조리다. 이들에게 공공성을 요구하기 위해선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 주거나 제도로 명분을 찾는 등의 방법이 있겠으나 둘 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이다.

현재 전력시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인 이윤보장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돈 많이 벌었으니 이윤을 줄이자는 성격의 계통한계가격(SMP) 상한제도 등 우후죽순(雨後竹筍) 제재제도가 만들어지다 보니 혼란만 가중된 꼴이다. 이 제도들은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겠으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명분을 잃는 사실상의 수순이다.

예를 들어보면 계통한계가격 상한제도가 그런 측면이 강하다. 당장이야 민간발전사업자의 과도한 이윤을 제한할 수 있겠으나 추후 이들이 적정이윤을 가지지 못할 경우 반대로 이 제도를 빌미로 적정한 이윤을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질 수도 있다.

현행 전력시장을 살펴보면 기본방향은 시장경제체제다. 급전순위·계통한계가격을 결정짓는 잣대는 완전한 시장경쟁체제다. 급전순위는 발전단가가 낮은 순으로 결정되고 계통한계가격도 실시간 발전단가가 가장 높은 발전기를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통한계가격 상한제도 등 늘어나는 제도는 전력시장의 기본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시장 내 충돌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개방된 시장은 발전시장. 이 시장을 두고 이해당사자간 시끌시끌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돈의 흐름인데 들어올 돈(전기요금)은 제한되고 있는 반면 나가야 할 돈(정산요금)은 시장논리에 맞춰져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보니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봐야한다.

한전은 비싸게 전력을 사오면서도 싸게 팔아야 한다면서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당장이야 민간발전사업자는 투자비에 버금가는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앞으로 변화될 시장변화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없게 될까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다.

이 현상은 전력수급난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전력수급이 불안정해지면 발전단가가 높은 발전기가 가동됨에 따라 계통한계가격은 높아진다. 낮은 발전단가가 우선 가동되는 급전순위를 감안하면 전력예비비율이 계통한계가격을 결정짓는 바로미터임을 알 수 있다.

최근까지 낮은 전력예비비율로 계통한계가격은 분명 상승했다. 2009년 계통한계가격은 kWh당 105.44원, 2010년 117.77원, 2011년 126.63원, 2012년 160.83원으로 상승세를 그리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민간발전사업자의 과도한 수익이 국민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원인은 간단하다. 민간발전기 이용률이 높아지면 그만큼 수익은 늘어난다. 민간발전기가 가동된다는 의미는 발전단가 이하로 정산을 절대 받을 수 없음을 의미하고 기준 발전기가 되더라도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모두 발전단가보다 높은 가격에 정산 받을 수 있다. 가동만 된다면 발전단가 이하로 정산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따라서 민간발전사업자가 과도한 수익을 거둔다는 것은 낮은 전력예비비율로 그만큼 가동률이 많았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계통한계가격이 높았을 때 생긴 갈등이다. 이제 계통한계가격이 낮아졌을 때를 살펴보자.

계통한계가격이 하락하면 한전은 전력구입비용을 당장 줄일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해소할 수 있으나 문제는 민간발전사업자의 수익구조에 직격탄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 계통한계가격이 낮아진다는 것은 결국 발전단가가 높은 발전기의 이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심해질 경우 용량가격 등의 제도가 있긴 하나 투자비회수에 턱없이 부족할 수 있음이다. 민간발전사업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기존 발전6사는 사정이 좀 다르다. 현재 민간발전사업자와 달리 발전단가가 낮은 기저발전기를 다수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손익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지만 기저발전기를 보유하지 못한 민간발전사업자는 발전기를 놀려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셈이다.

지난해 초 전력거래소에서 민간발전사업자가 보유한 가스발전기에 대한 2020년까지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시뮬레이션을 가동한 결과 51.3%의 효율을 가진 가스발전설비 기준 2012년 14.7%, 2013년 7.4%, 2014년 2.5%로 수익이 나는 것으로 결과가 도출됐으나 발전단가가 낮은 발전설비가 대거 가동되는 2015년부터 수익성은 2015년 -4.5%, 2016년 -6.9%, 2017년 -9.3%, 2018년 -9.5%, 2019년 -9.0%, 2020년 -9.9% 등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계통한계가격 하락은 이미 전력업계 전문가들이 예고한 부분이다.

이미 이 현상은 지난해 집계된 계통한계가격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스발전기 수익과 직결되는 계통한계가격이 4년 만에 하락세로 반전됐다. 2012년 160.83원으로 각각 상승하면서 정점을 찍은데 이어 2013년 153.05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김광인 숭실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11월 민간발전협회로부터 의뢰받아 연구용역을 수행한 결과 올해부터 계통한계가격이 대폭 하락을 시작해 오는 2020년 87.61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계통한계가격은 발전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민간발전사업자의 수익이 보장되지 못할 경우 안정적인 전력공급체계를 이어갈 수 있느냐다. 수익이 보장되지 못하면 그만큼 계획예방정비 등 발전설비의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그 동안 민간발전사업자의 과도한 수익을 규제하는 제도는 이들을 규제할 수 없는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언제까지 이 불안한 시장을 갖고 갈 것인지, 정부는 반드시 다시 짚어봐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시장 내 부조리를 없애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본방향을 명확히 제시한 뒤 정부가 충분한 명분을 갖는다면 분명히 통제가 가능해질 수 있다.

이미 시장은 열렸다. 개방된 시장의 질서를 잡는 건 분명 정부의 몫이다. 흔들리고 있는 전력정책이 바로 정부에서 말하는 비정상이다. 이를 정상화시킨다면 전력시장은 질서를 가질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된다.

지금의 전력시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어리 섞은 생각이 바로 비정상화다.

정부는 서둘러 효율적인 통제가 가능하다면 ‘고(Go)’, 그렇지 않다면 더 늦기 전에 ‘백(Back)’을 외쳐야 한다. 더 늦으면 어떤 재앙이 찾아올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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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4-02-10 12:54:16
전력시장이 시장경제체제로 들어가기로 하고 시작한지 13년이 흘렀지만 아직 답보상태다. 완전한 전력산업구조체제로 총론이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각론만 문제있을 때마다 수정함은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발전과 판매의 경쟁체제인 원래 목표로 강을 건너든지, 회군을 하든지 빠른 결정이 국민의 부담을 줄일수 있는 최선이요 비정상이 정상화하는 길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