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력수급난 극복과정 눈여겨보자
일본 전력수급난 극복과정 눈여겨보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4.01.1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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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트칼럼-김진철 에너지타임즈 취재팀장>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본, 도쿄의 야경은 아름답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원전사고가 발생했고, 일본 내 원전은 모두 가동을 멈췄다. 당시부터 시작된 일본의 전력수급난은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만큼이나 외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그리고 3년째를 맞은 일본은 그때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킬 만큼 전력수급난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2011년 9월 15일 순환정전사태 이후 전력수급난이 시작됐고, 아직도 동·하계 전력피크 때마다 정부나 국민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전력 관계자는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물론 학교까지 추위와 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직까지도 진행형이다.

두 나라는 비슷한 시기에 전력수급난을 겪게 됐지만 극복과정은 분명 달랐다. 일본은 우리보다 더 심각한 전력수급난을 겪었지만 국민이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극복했다는 것이 현지의 반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시원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원전 확대여부로 시끌시끌하다.

먼저 일본의 전력수급난 극복과정을 살펴보자. 일본 정부는 초기 국민과 기업인에게 30% 절전이란 살인적인 규제로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적은 전기로도 충분히 전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을 제시했다. 바로 LED조명 등 고효율기기 보급 확대다.

일본 정부는 절전과 함께 LED조명 등 고효율기기에 대한 공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한 일본인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홍보매체를 활용해 정부가 대대적인 홍보를 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게다가 적절한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일본 국민이나 기업인의 인식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지금은 일본 내 LED조명이 없어서 못 파는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 현지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전력수요를 30%까지 줄일 것을 강제하며 고효율기기에 대한 지원과 함께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결과 지금은 상당부분 고효율기기로 바뀌었고 전력수급난에 대한 정부의 절전규제가 있더라도 국민은 큰 부담을 가지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또 도쿄의 조명이 꺼지지 않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켄잇지 이치무라(Kenichi Ichimura) LIGHTING JAPAN 사무차장은 “지역별로 다르긴 하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제때 반영되는 일본 전기요금 수준도 고효율기기 보급 확대에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전력수급난 극복과정을 종합해보면 절전규제로 국민의 불편을 가중시켰으나 일본 정부는 고효율기기 보급 확대로 국민이 충분히 전기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편 셈이다. 그 결과 고효율기기 보급은 눈에 띄게 늘었고, 전력공급능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속 시원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도 일본처럼 절전규제로 국민의 불편을 가중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일본과 달리 고효율기기 홍보보다는 절전에 호소했고, 조만간 전력공급능력이 늘어난다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게다가 원전비리사태까지 터지면서 갈팡질팡하는 분위기다.

일본은 전 원전의 가동을 중단시키면서까지 장기적인 정책을 폈으나 우리는 원전 몇 기 가동중단된 것만으로도 난리법석이다. 물론 에너지산업의 차이를 감내하더라도 비교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양국 정부는 동일한 시점에서 전력수급난을 겪었다. 양국의 정책은 전기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국민에게 충분하게 제공하는지 여부가 정부의 정책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변수가 아닌가 싶다.

일반적으로 같은 수준의 효율기기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1인당 전력수요는 선진국일수록 많아진다. 또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전력수요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일본 정부는 절전규제는 한시적인 대안인 반면 장기적 정책으로 발전설비를 크게 늘리지 않더라도 전기에 대한 국민의 혜택을 헤치지 않는 고효율기기를 선택했다.

반면 우리는 장기적인 방법으로 전력공급능력 확대에 치중하는 정책을 편 것으로 집약될 수 있다. 물론 고효율기기 보급 확대에 대한 정책을 펴기는 하지만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다.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삶의 질이 높아짐에 따라 전력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확정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에너지소비는 연평균 0.9%씩 증가될 것으로 관측되며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보다 증가세가 둔화되나 전력수요는 연평균 2.5%씩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전력공급능력을 확대하는 정책에 대한 문제는 최근 들어 사회적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밀양송전탑사태가 그렇고, 국민의 원전수용성 문제도 그렇다. 또 화력발전도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할 경우 우리 정부는 또 다시 전력수급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그때도 국민에게 호소만 할 것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원전문제도 그렇다. 우리는 원전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물론 가장 낮은 발전단가로 원전만한 전원은 아직까지 없다. 그러나 원전수용성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도 사실이다.

기자가 일본에 체류하던 지난 17일 일본 정부가 원전재개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 열도가 후끈 달라 올랐다. 이 갈등은 우리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일본은 단순히 전기요금을 낮추려는 차원에서 원전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이라는 게 일본 내 중론이다. 단순히 안전차원의 갈등이다. 원전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 지금의 계획대로라면 우리는 오는 2035년까지 계획된 원전을 반드시 준공시켜야 하고 추가로 7기의 원전도 반드시 준공시켜야 한다. 1기라도 차질을 빚게 되면 우리 국민은 혹독한 절전규제에 신음을 앓아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이처럼 양국은 비슷한 환경이면서도 위기대처방법은 사뭇 다르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다.

양국의 LED조명시장만 놓고 보자. 일본은 LED조명을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르렀고, 우리나라는 팔 시장이 없어 문제다.

우리 정부도 이제 고효율기기 보급 확대에 대한 공격적인 정책을 내놔야 할 것 같다. 일본인들은 일본인의 국민성 때문에 전력수급난 위기를 극복한 것으로 찰떡같이 믿고 있다. 우리의 국민성이 일본보다 모자랄까. 절대 아니다. 일본보다 더 똘똘 뭉칠 수 있는 국민성을 우리는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우리 정부의 정책만 제대로 제시됐다면 절대 일본에 뒤지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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