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관리정책, 절전노트서 해법 찾자
-김진철 기자-
수요관리정책, 절전노트서 해법 찾자
-김진철 기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10.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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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의 수요관리정책은 급한 불만 끄면 된다는 땜질식으로 추진되지 않는가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미래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그 동안 수요관리시장 운영에 따른 예산이 얼마나 투입됐을까. 올 여름은 또 얼마일까. 최근 정부는 내년 전력수급난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내년도 수요관리시장 관련 예산을 1/8수준으로 낮게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현재 에너지수요의 주체인 성인에게 에너지안보의식을 고취할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바람직한 제도개편을 추진하는 동시에 특히 미래 에너지수요 주체인 어린이에게 바람직한 에너지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에너지관리공단 대전충남지역본부는 대전·충남지역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여름철 전기절약을 위한 여름방학과제인 ‘절전노트’를 배포, 우수한 과제물을 발굴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기자는 우연찮은 기회로 충남지역 과제에 대한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이 절전노트는 지난해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절전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과제물은 기본적인 에너지지식과 함께 1년 간 전기요금 변화기록표 작성, 전기절약 중점 실천 과제·다이어리, 전기절약을 위한 아이디어 노트 등 탐구과제를 비롯해 전기절약 행동요령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과제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바람직한 수요관리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정보가 숨어 있음을 깨달았다. 예를 들면 가구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월 사용량이 많은 달은 에어컨의 가동이 높아지는 7월과 8월, 전기용 난방제품의 사용이 늘어나는 12월과 1월에 각각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과제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변화의 움직임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심사과제물 중 1/4정도가 3월, 4월, 11월 등에 최대 월 사용량을 기록하거나 최대 수준에 머물렀다.

전기를 왜 많이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어린이의 다양한 답변이 기록돼 있었다. 한 어린이는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달에는 가스보일러를 켜고, 봄이나 초겨울에는 전기장판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 아이는 어머니와 누나는 춥다며 보일러를 켜고 아버지와 나는 더워서 보일러를 끄자 어머니와 누나는 전기장판을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아이는 7월의 전기요금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답한 뒤 에어컨을 많이 켜지 않았으나 제습기를 많이 켜서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절전노트를 통해 전기사용량이 줄어든 것. 한 가정의 전기요금이 2012년 8월 12만 원 정도로 두 자릿수였으나 올해 한 자릿수로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올 여름 최악의 전력수급난에 따른 정부의 호소에 따른 것도 있겠으나 참 흥미로운 일이다.

이밖에도 일반적으로 가구 구성원 간 전기절약을 함께 실천할 계획을 세우고 참여자인 동시에 감시자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 정말 바람직해 보였다.

다만 문제는 예산이다. 올해 사업에서 대전·충남지역에서 10만 부의 요청이 들어왔으나 배포된 것은 고작 6만 부. 결국 예산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절전노트 제작에 필요한 예산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육감은 단계에 맞춰 제작됐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을 피력하기도 했다. 물론 실무자야 당연히 그렇고 싶었겠지만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에 온 한계였다.

교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 결코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 발전설비를 남겨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 미래 트렌드에 대한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국가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절전노트에서 파악된 정보가 우리 수요관리정책에 활용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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