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적 ‘방사능’
-김진철 기자-
보이지 않는 적 ‘방사능’
-김진철 기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07.1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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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원전비리를 모르는 국민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 같다. 그와 더불어 원전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그만큼 원전종사자에 대한 국민의 질타도 무서울 정도다.

얼마 전 전문기자로 활동한지 10년 만에 원자로가 운영되는 원전 격납고건물 안에 들어섰다. 물론 아직 핵연료가 장전되지 않은 곳(신월성원전 2호기)이어서 방사선은 없다. 다만 언론보도 등에서도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 곳인데다 퍼즐처럼 맞춰져 있는 기계들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분위기는 좀 그랬다.

신월성원전 2호기 주 제어실에 이어 터빈·발전기, 격납고건물 등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원전현장에서 근무하는 원전종사자의 스트레스지수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출입하는 곳곳마다 철통경비에 신경질이 날 정도였다. 주 제어실은 허락된 근무자를 제외하고 근접할 수 없도록 이중삼중으로 방어가 완비돼 있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근무해야 하는 근무자들은 육체보다 심리적 압박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 언제 켜질지 모르는 경고등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 공포까지.

그리고 터빈발전기 전망대에 올랐다. 실타래처럼 엮여 있는 파이프들, 근무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간다고 한다. 기계음이 자욱한 이곳에서 근무자가 느껴야 할 압박감은 실로 클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격납고건물에 들어섰다. 웅장한 기계에 풀이 죽고, 대화조차 되지 않을 것 같은 기계음은 근무자의 심리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현재 이곳은 핵연료를 장전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안전한데도 공포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가슴에 꽂아둔 방사능감지기도 한 몫 했다.

잠시 둘러본 원전이지만 방사능이 전혀 없는, 있을 수도 없는 곳이지만 압박감은 실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근무자들은 오죽할까.

밤길은 위험하다. 왜 위험할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원전도 따지고 보면 많은 기계들의 조합이다. 석탄발전설비나 가스발전설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바로 방사능이다. 보이지 않는 방사능은 충분히 공포감을 유발시킬 수 있다. 설령 방사능이 없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매일같이 생활하는 근무자의 심리적 압박은 불을 보듯 뻔하다.

원전에서 근무하는 근무자가 심리적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흔들리기 시작하면 안정적인 원전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발생했던 고장원인 중 일부는 인적실수임을 감안할 때 이들의 스트레스 지수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의 원전비리, 너무나 잘못된 일이다. 그래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원전비리와 전혀 상관없는 근무자에게 돌을 던질 필요는 없다. 이들의 손에 원전의 안전유무가 달려있고 국민들이 이들을 믿지 못하면 이들도 원전을 믿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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