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전사태 책임공방 자유롭지 않다
정부, 원전사태 책임공방 자유롭지 않다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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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6.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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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원전사태를 둘러싼 최후의 폭탄이 어느 시점, 어느 곳에서 터질지 관련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책임을 떠넘기는 분위기다. 인증기관 관리·감독 등과 관련 정부도 책임공방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여론이 끓어오르고 있다.

최근 김균섭 前 한수원 사장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의표명을 했지만 정부는 면직이란 카드를 빼들었다. 결국 불명예로 퇴진한 셈이다. 원전업계 일각은 김 사장의 불명예 퇴진에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 물론 도의적인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감안할 때 정부의 면직은 지나친 처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직접적인 관련 기업에 칼날을 겨냥하고 있다. 그 결과 인증기관과 공급기업의 관계자들이 구속된데 이어 한수원 직원까지 체포되는 등 다양한 원전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 체포돼 수사를 받고 있는 한수원 직원 두 명은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사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검찰은 한수원 본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한수원 직원은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을 알고도 묵살하고 원전에 공급되도록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검찰은 이들이 과감한 원전비리를 자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부장급과 과장급이 단독으로 이 엄청난 일을 꾸밀 수 있느냐와 관례처럼 굳어버린 것이 아니냐는 것에 검찰의 수사가 집중되는 분위기다.

원로들의 잇따른 양심선언식의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한필순 前 한국원자력연구소(現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장은 1980년대부터 원전기술자립을 방해하고 외국 의존을 주장했던 원전마피아 세력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정부 당국에 제출했다.

한 박사는 “최근 원전비리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원전마피아가 23년 동안 핵심원전장비를 해외기업으로부터 수의계약으로 납품받아 국고를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전마피아로 전직 장관급과 공기업 사장 등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이 이처럼 과감한 비리를 행할 수 있었던 배경과 관련 인증기관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에 허술한 점이 있었던 점이 거론되기도 한다.

김장수 한국전력기술(주) 상임감사는 “권한이 클수록 책임도 큰 법인데, 지금은 완전히 역전돼 있다”면서 “시쳇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權無罪 無權有罪) 상황”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김 감사는 “산업부의 책임도 면하기 어렵다”면서 “비리만연의 배경에 원전 안전성보다 경제·효율성 추구, 감독과 승인기관 간 견제 등이 작동하지 못한 단일구조의 문제”라면서 “이는 정부정책의 실패가 원전비리의 근본 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국수력원자력노조도 정부의 인증기관 관리·감독의 허점이 원전비리를 키웠다는 입장을 주장하며, 정부의 책임이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이번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사건에 앞서 불명예로 퇴진한 김 사장은 국무총리실에 인증기관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했으나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질타만 돌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번 원전사태 책임공방 관련 누가 얼마나 책임을 덜 지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분위기다. 책임공방을 둘러싼 갈등이 도를 지나칠 정도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부에서 재발방지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원전업계는 실효성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인사들의 주장은 다소 주관적인 측면이 있지만 완전히 무시하지도 못한다. 검찰은 원전비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것에 수사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검찰의 몫이다. 정부도 보여 주기식의 재발대책을 내놓기보다 근본적으로 원전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굳이 책임자를 추궁하자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지적된 것에 대한 시스템을 다시 점검해보고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이번 참에 바로잡자는 뜻이다. 가뜩이나 민심이 사나운데다 이 같은 일에 정부도 혼란스럽지만 이번 참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작은 불씨가 큰 산은 잿더미로 만든다. 댐의 작은 구멍이 댐 전체를 붕괴시키는 발화점이 된다. 이번 원전사태에 연루된 몇몇 관계자만 사법처리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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