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반쪽짜리로 전락한 알뜰주유소 정책
본질 빗나간 알뜰주유소…애궂은 주유소만 잡아
[창간특집] 반쪽짜리로 전락한 알뜰주유소 정책
본질 빗나간 알뜰주유소…애궂은 주유소만 잡아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04.22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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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환경적 영향으로 셀프주유소 밀려 제대로 체면 구겨
당초 정부의도와 달리 요지부동 정유회사에 피 마르는 주유소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알뜰주유소가 들어온 지 벌써 1년하고도 반년이 가까워오고 있다. 그렇지만 이 정책의 성공여부를 속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전문가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당장 알뜰주유소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곳은 서울. 전국 곳곳서 전환된 총 886곳의 알뜰주유소 중 서울 소재는 단 13곳에 불과하다. 여러 환경적인 요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셀프주유소란 새로운 변수에 알뜰주유소가 제대로 체면을 구기는 형국이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정책으로 석유제품가격이 인하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 입장에 찬물을 끼얹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결과는 정부에서 제시한 석유제품가격 인하효과가 터무니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알뜰주유소 정책 실효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아주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당초 정부의 의도와 달리 주유소 간 과도한 경쟁으로만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악화로 인한 폐업주유소 증가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석유제품가격 인상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일부 전문가들은 언급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주유소업계의 경영압박도 덩달아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유회사 간 경쟁을 촉진하지 못한 알뜰주유소 정책, 반쪽 정책으로 기울어져버린 실태를 점검해 본다.



먼저 올 초 정부에서 발표한 알뜰주유소 현황을 살펴보자.

2013년 2월말 기준 알뜰주유소는 총 886곳. 전체 주유소 6.9%에 해당한다. 이중 농협알뜰주유소가 429곳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자영알뜰주유소 301곳, 도로공사알뜰주유소 156곳으로 각각 집계됐다.

알뜰주유소 분포를 분석해보면 주로 농어촌지역에 포진된 농협알뜰주유소의 확대가 눈에 띈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대부분의 주유소도 도로공사알뜰주유소로 전환됐다. 또 자영알뜰주유소 중에서도 대부분 땅값이 비싼 서울 등 대도시보다 중소도시나 농어촌지역에서 전환하는 사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알뜰주유소는 올해 들어 1곳도 늘지 않은 총 13곳. 이중 도로공사와 농협알뜰주유소가 1곳씩으로 자영알뜰주유소는 11곳에 불과하다. 수요가 많은 서울의 알뜰주유소 점유비중은 전국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주유소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석유제품가격이 높은 서울지역이나 대도시에서 알뜰주유소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실제 도로공사알뜰주유소와 농협알뜰주유소로 대부분 전환된 이상 앞으로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지역 알뜰주유소는 여러 환경조건을 감안할 때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셀프주유소를 손꼽는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을 중심으로 셀프주유소가 전국 1094곳으로 크게 급증했다.

먼저 석유제품물량이 전국평균보다 높은 서울 소재 주유소업자는 높은 땅값과 알뜰주유소 정책 지속성 불안 등을 감안할 때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데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리어 이들은 정유회사 브랜드의 가치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셀프주유소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김문식 주유소협회 회장은 “(서울 소재 주유소업자는) 굳이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고 언급한 뒤 “알뜰주유소 정책의 지속 여부와 서울에서 정유회사의 브랜드를 버리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란 불안감에서 온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알뜰주유소 정책은 실패에 가깝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실질적인 이유다. 그렇다면 석유판매가격을 중심으로 한 알뜰주유소 정책의 실체를 살펴보자.

정부는 2012년 2월 10일부터 1년간 자영알뜰주유소의 휘발유 기준 전국 평균보다 리터당 42.06원 저렴하게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경유의 경우 49.01원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알뜰주유소 소재 시군구의 지역 평균가격과 견줘볼 때 자영알뜰주유소 휘발유가격은 리터당 37.86원, 경유는 44.14원 저렴했다. 또 3km 평균가격 대비 휘발유가격은 35.13원, 경유는 40.6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주유소 정책에 대해 정부는 가격인하효과를 보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성공적인 정책이라고 판단하기에 이르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준환·이지연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김형건 대구대 교수가 공동으로 집필한 ‘알뜰주유소 전환으로 인한 자영주유소의 휘발유가격 인하효과 분석’이란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3km 내 알뜰주유소가 존재하는 주유소는 그렇지 않은 주유소에 비해 리터당 7원 저렴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는 알뜰주유소로 전환된 주유소의 석유제품가격 인하효과만을 관찰하기 위해 진행됐으며, 이중차분모형과 비모수 이중차분모형을 사용해 주유소의 휘발유가격 인하효과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연구결과 알뜰주유소 전환을 통한 휘발유가격 인하효과는 리터당 22.69원, 3km 내 알뜰주유소가 1개라도 존재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에 대한 비교에서 휘발유가격이 리터당 7원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논문 발표 당시 김형건 대구대 교수는 “추정결과 중 결과가 유의하지 않을 수 있는 3km 내 알뜰주유소 유무에 있어서 주유소의 석유제품가격 인하효과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결과만으로 알뜰주유소 사업이 반드시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알뜰주유소 정책에 대한 성공여부는 논란거리다. 다만 이 정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전문가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정책을 추진할 당시 정유회사 간이나 주유소 간의 경쟁을 촉진시켜 가격경쟁을 유도한다는 계획을 갖고 추진했으나 이론과 달리 실제로 주유소 간 과도한 경쟁으로 진통을 겪는 형국이다.

석유업계 한 전문가는 “2009년 기준 유럽 주요국가의 주유소 당 평균 판매량인 300만 리터 이상인 반면 우리나라 주유소 당 평균 판매량은 219만 리터 수준”이라면서 “현재 국내 주유소 당 평균 판매량은 주요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앞으로 한계주유소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정부의 규제완화정책과 과도한 경쟁촉진으로 주유소는 2010년 1만3003곳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2012년 기준 200곳 감소한 1만2803곳의 주유소가 영업 중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 매출이익률이 3∼4%에 불과한 상황에서 정부지원으로 가격경쟁력을 가진 알뜰주유소가 시장에 가세할 경우 일반주유소는 알뜰주유소 가격인하에 대응하기 위해 정유회사 공급가격 인하 없이 판매가격을 낮춰 매출이익 하락할 것”이라면서 “매출이익 하락은 경영난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업계 한 전문가는 “주유소 경영악화는 주유소 수 감소를 불러올 수 있고, 이는 곧 장기적인 석유제품가격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와 함께 알뜰주유소 정책이 정유회사 간 경쟁을 촉진시키지 못하는 반쪽 정책이란 주장이 함께 흘러나온다.

최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알뜰주유소 사업을 준비한 2011년 11월부터 2월까지 알뜰주유소 전환을 신청했다가 철회한 주유소는 총 435곳.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이중 51.7%가 변심이라고 응답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 업자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손꼽았고 나머지는 원인을 밝히기 꺼려했다. 뒤를 이어 31.0%가 기존 정유회사와의 잔존계약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밖에도 위약금 소송 등 정유회사와의 분쟁 때문에 전환을 포기하거나 공급가격 인하, 외상거래 지원 등 정유회사의 설득에 철회를 결정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정유회사와의 계약 잔존과 분쟁 등 40%를 웃도는 포기 사유를 기존 정유회사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문식 주유소협회 회장은 “정유회사의 매출을 살펴보면 내수와 수출의 비중이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내수시장에서 제품을 팔지 못하더라도 수출하면 되기 때문에 아쉬울 것이 없지 않느냐”면서 “정부와 정유회사 중간에서 주유소만 샌드위치 신세”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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