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석유단속! 현장 25시-②>
끊질 긴 수사 끝에 꼬리 잡아
<가짜석유단속! 현장 25시-②>
끊질 긴 수사 끝에 꼬리 잡아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3.01.2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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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관리원은 가짜석유 원료로 사용되는 용제의 불법유통을 추적하는 일에 돌입하게 된다. 당시 단속반들은 용제소비자나 용제판매업자에 대해 점검을 실시할 경우 불법유통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실상은 달랐다.

막상 단속반이 단속을 나가자 해당 주소지에 사업장이 없거나 부재중인 경우가 많아 불법유통의 단서를 찾는 것이 결코 녹록치 않았다고 했다. 이에 더해 점검을 하더라도 세금계산서 등 서류를 모두 일치시켜 놓는 등 불법유통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용제7호와 10호의 대량 불법유통에 대한 의심은 끝내 놓지 않았다고 한다.

용제7호와 10호는 용제품질기준이 개정된 2009년 4월 이후 새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증류성상 등유나 경유와 비슷한 제품이기 때문에 윤활유와 잉크 제조원료 등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용제는 2009년 4월부터 국내서 처음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후 판매량이 증가하더니 2010년 전년 대비 50%이상 급격히 증가했다. 그래서 단속반은 용제7호와 10호에 대한 의심을 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1년 12월 신규 등록한 용제판매소 중 하나인 ○○산업이란 업소가 등록 후 불과 2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9311㎘에 달하고, 가짜석유 원료로 주로 불법 유통되는 용제1호와 4호, 7호, 10호를 집중적으로 취급하고 있음을 단속반은 확인했다. 이 용제를 가짜석유 원료로 유통시키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게 된 시점이다.

이를 확인한 석유관리원 단속반은 2012년 2월 용제의 실제 불법유통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상위공급자로부터 출하되는 차량을 잠복·추적했으나 이들이 더 이상 주문을 하지 않아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었다. 이에 단속반은 방향을 선회해 해당 업소가 용제를 공급한 실제 소비자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가공세금계산서를 수취하거나 사업장이 없는 업소로 유통시키는 등 유통량 99%가량을 불법 유통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단속반은 2012년 3월부터 불법유통조직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산업에 용제를 공급한 ○○인터내셔날과 ○○케미칼, △△케미칼, ○○트리, ○○상사 등 용제대리점에 대한 점검을 시작했다. ○○산업과 집중적으로 거래한 ○○인터내셔날은 ○○산업 이전 사업자인 △△산업과 ○○이엔지, △△이엔지, ○○유화, ○○산업으로 이어지는 사업자와 순차적으로 거래를 했으며, 세금계산서는 해당업체로 발행하고 물량은 브로커를 통해 불법 유통시킨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을 분석한 결과 △△산업에서 ○○산업으로 이어지는 업체는 실제로 하나의 업체로 범죄사실을 은닉하기 위해 명의를 바꿔가며 등록과 폐업을 반복하는 수법으로 용제를 불법 유통시켜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불법유통 업소들이 대부분 지연과 혈연으로 얽혀져 있음을 단속반은 파악하게 됐다.

이 여세를 몰아 단속반은 불법유통업자로 확인된 용제판매업자와 거래하는 다른 업소까지 추가로 점검을 벌였으며, 법인 등기부 등본 연람을 통해 불법유통업자간의 지분관계까지 확인하는 등 조사가 깊어질수록 불법유통업자들은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 끊임없이 나타났고 이렇게 거대한 불법유통 조직의 실체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음호에는 900억 원대 가짜석유 유통조직 적발과정을 몇 차례에 걸쳐 단속반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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