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서울 달동네에 울려 퍼진 ‘봉사하모니’
<현장취재> 서울 달동네에 울려 퍼진 ‘봉사하모니’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2.12.20 21: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부발전·서울오케스트라, 서민연료로 이웃사랑 실천
60° 비탈길서 봉사단원 사랑담은 연탄 손에서 손으로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옛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서울의 한 달동네에 모처럼 젊음의 열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젊음의 열기가 달아오른 이 마을은 행정구역으로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 2동에 위치하고 있고, 인왕산 자락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우리의 손길이 절실한 독거노인을 비롯한 4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살고 있다.

반가운 손님은 누굴까. 최근 전력수급난으로 눈을 뗄 수 없는 바쁜 생활에도 불구하고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발전회사인 한국남부발전(주)의 이상호 사장을 비롯한 직원 20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또 남부발전이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인 사단법인 서울오케스트라 단원 40여명이 모처럼 악기를 손에서 놓고 이웃사랑 실천에 손을 보탰다.

이날 봉사단원의 미션은 연탄보일러를 갖고 있는 20여 가구에 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연탄 200장과 생필품인 쌀(20kg)·화장지·내복을 이 마을 전체에 전달하는 것. 유난히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올 겨울을 따뜻하게, 넉넉하지 않지만 끼니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자는 취지다.

남부발전은 사단법인 문화소사이어티에 1000만 원의 기금을 전달했다. 이 기금은 서울오케스트라가 남부발전의 사업소에서 공연을 하고, 벌어들인 수익금을 남부발전의 매칭으로 조성됐다. 문화소사이어티는 이 기금으로 이날 주민들에게 나눠 줄 연탄과 각종 생필품을 구입했다.

문화소사이어티 관계자는 “이번 봉사활동은 이 마을 전체를 지원하는 것으로 기획됐다”면서 “연탄의 경우 일부 지역주민이 기름보일러를 갖고 있어 모두 지원이 안 됐지만 생필품은 마을 전 주민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 마을을 분위기를 스케치 해 보자. 60°에 가까운 비탈길을 올라가면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집 앞에는 연탄재가 쌓여있다. 봉사활동은 오후 1시에 예정돼 있었지만 일찍이 모여든 봉사단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영하의 날씨에 발을 동동 굴렀다. 마을주민들도 젊은이들의 방문이 반가운지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가래떡과 소시지를 구워서 나눠먹고, 컵라면을 나눠 먹으며 차가워진 몸을 데우기도 했다. 또 이들은 소탈한 대화로 마음을 나눴다.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이 시작됐다. 한 줄로 늘어선 봉사단원들의 연결고리는 연탄을 하늘과 가장 가까운 집으로 옮겼다. 서울오케스트라 한 단원은 “연탄을 처음 만져 봐요”라며 연신 탄성을 자아냈다.

연결고리 중간 중간에 위치한 일명 연탄세대를 지낸 봉사단원들은 연탄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를 쏟아내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보통 하룻밤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연탄 2장에서 3장정도 필요하다는 사실도 아련한 기억 속에서 끄집어냈다. 다만 연탄가격은 몰랐다. 취재결과 공장도 가격으로 500원이고 운반비까지 합치면 550원이라고 한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전력수급난이 한풀 꺾이자 이상호 사장이 전격 방문했다. 영하를 밑도는 영향의 날씨에서 고생할 봉사단원을 격려하고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친화력으로 어색함 없이 분위기를 리더 했다. 봉사단원들의 연결고리에 선 이 사장은 함께 선 젊은 봉사단원들에게 우리의 전력수급난을 언급하는가 하면 기후변화대응 등 다소 생사할 것 같은 말들을 늘어놓는 등 우리의 에너지 상황을 설명했다.

이 사장은 입 따로, 몸 따로 움직이다 어느새 얼굴에 연탄가루가 묻기도 했다. 이를 본 봉사단원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머쓱한 듯 헛기침을 하기도 했다.

이날 이 사장은 “사회봉사활동은 기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365일 내내 해야 한다”면서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서로의 마음만이 푸근해질 것”이라고 통 큰 웃음으로 봉사단원들을 독려했다.

한편 이날 봉사활동은 연중 진행된 봉사활동과 달리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전규식 남부발전 팀장은 “남부발전은 서울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남부발전 본사와 사업소인 하동화력에서 음악회를 개최한데 이어 내년에도 전국의 사업소를 순회하며 음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면서 “우리와 호흡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뜻 깊은 연말연시를 맞이하기 위해 함께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