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에너지 네트워크-남부발전 영남화력 편]
42년 역사와 전통, 위기 때마다 진가발휘
[대한민국 에너지 네트워크-남부발전 영남화력 편]
42년 역사와 전통, 위기 때마다 진가발휘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2.11.1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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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노장-전쟁 이후 피폐해진 이 땅에 심장을 띄게 만들어
천군만마-최근 전력수급난으로 네 차례에 걸친 연장운영돼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한국남부발전(주) 영남화력발전소. 이 발전소의 가치를 수식할 수 있는 고사성어(故事成語)에 무엇이 있을까.

한국전쟁 이후 경제재건을 견인하고, 우리 경제를 세계시장에 우뚝 서게 한 점을 감안하면 백전노장(百戰老將)이 어울린다. 또 최근 불거진 전력수급난 등 위기극복에 노병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을 고려하면 천군만마(千軍萬馬)란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영남화력이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이곳은 울산. 울산을 소개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업수도다. 우리 정부는 지난 1962년 이곳을 공업지구로 지정했다. 한국전쟁 이후 극심한 빈곤과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물론 지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공업도시가 자리 잡기에 손색이 없는 곳으로 손꼽힌다.

이후 정유공장이 먼저 들어선데 이어 석유화학공장, 비료공장, 자동차공장, 선박건조공장 등의 공업 탑이 잇따라 들어섰다. 이들 산업의 공통점은 전력다소비 업종이라는 것. 안정적인 전력공급선이 필수불가결하다고 판단한 우리 정부는 영남화력을 지었다.

1970년대 준공된 영남화력의 총 발전설비용량은 40만kW(20만kW×2기). 최근 지어진 표준석탄화력 1기의 발전설비용량이 50만kW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최대 규모만큼이나 영남화력 속에 묻어 있는 우리의 아픈 역사도 찾아볼 수 있다.

영남화력 1호기는 지난 1969년 5월 첫 삽을 뜨고, 1973년 2월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2호기는 이보다 앞선 1967년 6월 공사를 시작해 1970년 12월 준공됐다. 1호기보다 2호기의 건설프로젝트가 먼저 시작됐다. 당초 우리 정부는 서둘러 발전소 건설을 추진했지만 각기 다른 곳에서 차관을 받다보니 늦어진 것.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설움이 그대로 묻어 있는 발전소이기도 하다.

영남화력이 만들어낸 자동차는 세계 곳곳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선박은 세계 곳곳의 바닷길을 누비고 있다.
우여곡절(迂餘曲折)도 많았다. 198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이 그것인데 발전연료로 중유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발전설비는 꺼지지 않고 가동됐다고 한다. 우리 중공업의 가야할 길이 너무나 멀고도 험한 탓이다.

영남화력은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산업의 심장을 띄게 만들었다. 고난의 모든 역사를 가슴에 품은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리고 설계수명이 다한 2000년, 정부는 하계에 집중된 전력피크를 해소하기 위해 연장운영을 결정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어느 발전소도 수명연장사업 없이 연장 운영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영남화력을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네 번이나 수정되면서 그렇게 12년이 흐른 지금 잇단 원전의 가동정지에도 불구하고 노장은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영남화력이 전력수급난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있었던 배경은 다른 전원에 비해 빠른 기동. 원전이나 석탄화력 등의 경우 기동이 시작되고 전력이 생산되기까지 1주일가량 걸리는 반면 영남화력은 2시간이면 충분하다. 현재 직원들은 이 기동시간마저 1분이라도 줄이겠다면서 고민 중이다.

현재 영남화력은 공식적으로 2014년 폐지계획이 잡혀 있지만 글쎄(?). 내년 하반기 신규 발전설비가 대거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렇다고 전력수급난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 등 일각에서는 영남화력을 폐지하지 않고 유휴부지에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물론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정부가 영남화력의 폐지를 우려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과거 폐지된 발전설비와 견줘볼 때 용량이 큰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다는 것. 발전설비를 운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정적인 운영이기 때문이다.

영남화력은 이상호 남부발전 사장이 유독 관심을 갖는 발전소 중 하나라고 한다. 이 사장은 곧잘 영남화력을 들러 수시로 순시를 하고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이 사장의 발길이 잦은 이유는 노후 된 설비라는 점도 있지만 혹시 모를 인적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현장경영의 한 방법이다.

또 이 사장은 직원들에게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한민국에서 제일 오래된 발전설비지만 불시정지 없는 발전소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직원들의 안전을 챙기는 경영스타일은 안전수칙에도 찾아볼 수 있다. 직원 혼자서 발전소 내 들어가는 것을 절대 금했다. 노후 된 설비인데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때문이라고 한다.

발전설비를 얼마나 갈고 닦았는지 발전소 내는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낙엽 하나 찾아볼 수 없었고, 발전소 내 발전설비와 통하는 1차선 도로를 따라 뻗은 벚꽃나무는 도로로 가지를 뻗을 수 없을 만큼 중장비들이 오간 흔적이 확연했다.

현재 영남화력은 그 동안의 역사를 바탕으로 울산의 등불, 대한민국의 심장을 뛰게 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 자리에 청정연료를 사용하는 가스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건설의향서를 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수용성이나 발전연료인 LNG를 도입할 수 있는 입지여건이 좋아 무난하게 확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남부발전은 울산시 내 위치하고 있다는 점과 인근의 건설 중인 울산대교와 조화를 이뤄 울산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디자인 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당장 발전설비용량은 기존의 용량과 같은 40만kW지만 현재 부지에 총 200만kW까지 증설이 가능하다.

이 모든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영남화력은 44년의 역사를 안고 미래를 꿈꾸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발전소가 될 것이다.



<인터뷰-박세현 한국남부발전(주) 영남화력발전소장>

빨리빨리 코리아 ‘NO’…조심조심 코리아 ‘OK’
선진화된 안전시스템 구축과 발전소 내 질서 확립 앞장
초동대응체계 구축 사고 발생 시 큰 피해 줄일 수 있어

“발전설비 운영의 가장 기본은 안전입니다. 안전선진화, 이젠 뿌리 내려야죠.”

박세현 한국남부발전(주) 영남화력발전소장은 막 현장에서 돌아온 듯 안전모를 벗으며 기자와 악수를 나눴다. ‘안전보건책임자’란 완장을 찬 모습이 처음엔 무척 낯설었지만 그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조금씩 익숙해졌다.

박 소장은 지난 2월 영남화력 소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그는 “발전설비가 많이 노후화됐지만 기름을 칠하고, 닦고, 조이고, 잘만 관리하면 사고 없이 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란 신념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면서 “그 결과 올 여름 유례없는 전력수급난에서도 불구하고 한 건의 고장 없이 안정적인 운영을 했다”고 밝혔다. 올 여름 영남화력의 발전설비이용률은 전년보다 2배를 훌쩍 넘었다고 한다.

본사에서 안전 분야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박 소장은 최근 잇따른 대형발전설비의 불시정지사태에 대한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발전소 내 안전수칙이 있고, 그것을 지킬 때 선진화된 안전시스템은 구축될 것”이라면서 “더 이상 ‘빨리빨리 코리아’는 안 되고 ‘조심조심 코리아’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소장은 “남부발전 안전시스템은 인적실수를 예방할 수 있도록 잘 구축돼 있다”면서 “작업자나 직원들로 하여금 철저한 정비점검이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발전설비를 사랑하고, 재난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은 자랑할 만하다”고 소개했다.

특히 박 소장은 발전소 내 질서유지를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했다. 발전소 내 안전모와 안전화 등 안전장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흡연구역 이외 흡연이나 주정차위반 시 영남화력에서 바로 퇴출된다.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발전소 내 청결 유지와 질서 확립 등으로 직원들이 처음엔 많이 불편해하고 힘들어했으나 일정시간이 흘러 직원들의 몸에 습관이 베이면서 작업환경은 한층 더 쾌적해졌고, 인적실수에 따른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이럴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박 소장은 사고발생 시 초동대응만 제대로 이뤄져도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 뒤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소방차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면서 “사고 발생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후속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먼저 확보된 부지에다 공업용수를 용이하게 공급받을 수 있고 발전연료인 LNG공급마저 원활히 도입할 수 있어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췄다고 소개한 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주민수용성인데 이마저도 최고수준이라고 자랑했다.

마지막으로 박 소장은 “올 겨울 어느 때보다 전력수급난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한 뒤 “우리 직원들은 너무나 무거운 책임감으로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나를 포함한 우리 직원들은 42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영남화력의 빛이 꺼지는 그날까지 묵묵히 맡은 바 책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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