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전력산업구조개편은 ‘毒’
어정쩡한 전력산업구조개편은 ‘毒’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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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9.0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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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력업계는 새롭게 도입하려는 전력 정산산정 기준을 놓고 어수선하다. 몇 년째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구입전력비용을 줄이겠다고 노력하고 있다. 반면 한수원 등 발전회사는 이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반발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어정쩡한 전력산업구조개편이 이 같은 결과를 불러왔다.

양쪽의 주장이 상반되지만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 정도다. 만성적자의 한전은 적자를 줄이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반면 발전회사는 적자를 보면서까지 한전을 도와줄 이유가 사실상 없다. 지금의 전력산업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다. 정해진 파이를 놓고 한전의 적자를 보전할 것인가, 아니면 발전회사의 수익을 보장해 줄 것인가가 논란의 핵심이다.

이번 논란과 함께 보정계수제도를 도입한 것만으로도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손꼽는 이가 있는가 하면, 중단된 전력산업구조개편이 이 같은 상황을 빚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이들의 의견 충돌은 앞으로도 우리 전력산업 곳곳에서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때마다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고 그때마다 전력산업은 혼란에 접어들 것이 자명하다.

근본적인 원인은 전기요금체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직도 전기요금은 시장논리인 전기요금 인상요인에 의거 조정되기보다 정치적인 것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묻혀버렸고 정해진 파이를 놓고 적자를 보지 않기 위한 한전과 발전회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추진하던 당시 정부는 지금처럼 발전연료비용이 상승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고, 그에 대한 해법은 전혀 갖고 있지 못했다. 다만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된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전력산업구조개편 정책은 누가 얼마나 더 가져가고, 누가 얼마나 덜 가져가느냐의 문제다. 발전6사를 분사한 의미가 점차 희석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전의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 전력거래소는 해명자료를 배포했고, 이 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전력거래대금 감액 지급과 관련 투자보수율 격차 2.44% 대비 초과분에 대한 전력거래대금을 감액해 결제하되 발전6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민간발전사업자는 피해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전력거래소는 대책을 내놨다.

이 문제는 도매시장에서 발전회사가 전력을 판매하고 한전이 도매시장에서 전력을 사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거래소는 이미 한전과 발전6사를 하나로 보고 있다. 발전6사가 분사하기 전과 똑같은 시각에서 보고 있는 셈이다. 물론 한전과 발전6사의 지분관계를 비롯해 기저부하를 갖고 있는 발전6사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혼탁한 문제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완전히 달라진 시각에서의 논란은 큰 의미가 없다. 전력업계의 관계자 말을 빌리자면 한전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전기를 팔고 있고, 발전6사는 어정쩡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으며, 민간발전회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누구 하나 만족하는 이가 없다.

이미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으니 성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실패했다고 보기도 애매하다. 결국 본질을 떠나 논란은 서로를 이권을 대변하는 쪽으로 가열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갈수록 더 혼탁해지고 갈등은 점점 더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어정쩡한 전력산업구조개편은 더 이상 곤란하다. 잘못된 벽돌 하나가 집을 무너뜨릴 수 있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이전으로 돌아갈 것인지. 분명 결정은 신중해야겠지만 자칫 시기를 놓치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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