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영어> 연가시(2)
<스크린영어> 연가시(2)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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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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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영어’는 일반적인 영화 감상평이 아닌 우리 사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연관시킨 필자의 생각이 표현되며, 영화속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한 교훈도 소개하고 있다. 필자(신병철)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근무 중이며,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에서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비지니스를 직접 수행해온 인물이다.

당시 필자는 젊은 청년이었던 지라 죽음을 자주 목격하거나 경험한 적이 많지는 않았다. 비록 안지 얼마 안되는 사이라 하더라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로 얼굴을 맞대고 만나 고민도 나누고 다시 만나기로 약속까지 한 사람이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갑자기 심정이 복잡해지며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 필자를 슬프게 했던 것은 그가 한강에 빠져서 죽었다는 사실이었고 더욱 필자를 가슴아프게 했던 사실은 그때까지도 시신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실은 그의 군대생활 또한 그다지 성실 한 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매일 틈만 나면 술 마시기를 즐겼고 이러다보니 미래에 대한 준비는 차일피일 미루어졌고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전역을 하게 되다보니 그의 방황은 그만큼 더 깊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는 그 날도 비슷한 처지의 친구와 함께 한강 고수 부지를 찾아 삶을 통탄하며 술을 마시다 갑자기 수영을 한다며 장맛비로 수위가 한층 불어난 황토물 속으로 첨벙 뛰어 들었다고 한다.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가 손쓸 겨를도 없이 몇 번 어푸어푸 하더니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고 한다. 그 후 일명 상어라고 불리는 익사체 발굴 전문잠수부들까지 동원이 되어 시신수색에 나섰지만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시신이 차디찬 물속에서 얼마나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스킨스쿠버를 했던 덕분에 잠수부들의 세계를 조금은 이해를 하고 있던 필자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담당상어들을 찾아 갔다. 그리고 왜 아직까지 시신을 인양하지 못했는지를 물었다. 우기로 인해 한강 속 시계가 그토록 좋지 않은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대한민국 최고의 베테랑인 당신들이 무엇 때문에 시체를 못 찾고 있는 것인지를 조심스럽게 물어본 것이다. 그러자 놀라운 답변이 돌아왔다. 실은 시체를 찾기는 찾았는데 상어들이 아직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돈을 더 받기 위해서인가라고 물으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실은 시체가 서있기 때문에 다른 잠수부들이 겁을 먹고 건져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담이 센 상어들조차도 물속에서 서있는 시체는 건들지 못한다. 아니 이는 두려움을 떠나 그들에게는 불문율이요 금기와도 같은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저승길 가는 길이 너무 외로워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려고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필자가 상어하나를 설득해 함께 한강 속으로 입수하였다. 어둡고 혼탁한 물살을 헤치고 시신이 있는 곳까지 더듬더듬 찾아갔다. 잠시 후 상어가 조심스럽게 가리키는 곳을 찬찬히 살펴보니 과연 낯익은 시신 하나가 45도 각도로 선채로 두 팔을 위아래로 흔들흔들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혼자 가기는 너무나 서러우니 함께 가자며 우리를 초청하는 것 같아 보였다.

오싹해 지는 느낌을 억지로 극복하며 시신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시체의 한쪽 발이 물풀에 얽혀 있었다. 이로 인해 시체는 흘러서 떠내려가지도 못하고 수면위로 떠오르지도 못한 채 강물의 유속으로 인하여 어중간하게 기울어 진체로 두 팔을 하늘하늘 거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만히 보니 두 팔의 움직임 또한 강물이 흐르는 방향과 세기에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림의 폭을 달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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