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생각! 생각! 생각 좀하고 말해
-김진철 기자-
생각! 생각! 생각! 생각 좀하고 말해
-김진철 기자-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2.07.1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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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수원이 최근 불거진 원전비리문제를 서둘러 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정적인 원전운영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지난 10일 원전비리를 수사해 왔던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한수원 간부 22명이 뇌물비리로 구속됐으며, 이들 중 일부 간부는 동료가 자살하고 구속되는 순간에도 꾸준히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날 검찰의 발표와 함께 정부와 한수원은 원전비리를 원천적으로 막아보겠다면서 야심찬 경영쇄신(안)을 내놨다. 이 경영쇄신안은 안정적인 원전운영을 기본방침으로 안전·청렴·소통·혁신 등 4개 분야 총 16개의 핵심과제로 구성돼 있다. 일부 과제는 제대로 검토를 거쳤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빈약하거나 리스크를 안고 있다.

먼저 한수원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청렴 사직서를 받고 비리를 저지를 경우 즉시 해임시키기로 했다. 대책보다 비리척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과제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쇼 한다’는 역효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고민은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처럼 바닥으로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도 고려됐어야 옳다. 사표를 내고 근무하는 말단 직원이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신입직원들의 마음은 얼마나 부담일까.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은 얼마나 마음을 조아리며 살아갈까. 심지어 신입직원들이 입사식에서 사표를 쓰는 모습도 연상된다.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뿐만 아니다. 한수원은 토착비리척결을 위해 동일사업소 장기근무자에 대한 순환보직을 정례화 할 수 있도록 사규를 신속히 개정키로 했다. 한수원노조도 적극 반대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원전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정부나 한수원 경영진들이 왜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1%라도 안정적인 원전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반드시 고려됐어야 바람직하다.

사람마다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다. 같은 노형이지만 원전본부별 원전설비의 성격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특별한 사람이나 지병을 가진 사람은 주치의를 둔다. 원전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 설비를 특별히 관리할 주치의가 필요한데 그게 바로 숙련공이다. 캐나다 등에서는 평생을 한 원전, 한 분야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이 숙련공은 설비의 취약한 부분을 경험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해결방법 또한 잘 알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매뉴얼에 의거 고장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퇴직하거나 다른 원전으로 전출 간 직원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정부는 당장 소나기를 피하자고 또 다른 위험을 자처하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떠들썩하게 문제를 더 키우고 비난을 받기보다 조용히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얽힌 매듭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이 같은 대책이 돌아섰던 국민들의 신뢰가 바로 돌아올 것이란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제의 심각성이 기준을 넘어선 이상 이를 되돌리는데 그 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걸 정부나 한수원 경영진들이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언론의 포커스를 받고 있는 이상 쉽진 않겠지만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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