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영어> 범죄와의전쟁(下)
<스크린영어> 범죄와의전쟁(下)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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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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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영어’는 일반적인 영화 감상평이 아닌 우리 사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연관시킨 필자의 생각이 표현되며, 영화속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한 교훈도 소개하고 있다. 필자(신병철)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근무 중이며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비지니스를 직접 수행해온 인물이다.


1미터 70이 조금 넘는 동양인과 2미터에 육박하는 거구와의 대결은 비록 간단한 시범대련일지라 해도 따분하고 변화 없는 나라에서 살며 짜릿함을 갈구하고 있던 그네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원래 불구경과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것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당사자인 인규는 도망을 쳐서라도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을 정도로 부담이 컸다.

하지만, 도무지 빠져 나갈 길이 안 보이자 인규는 이제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부딪혀는 봐야겠다고 마지막으로 호흡을 가다듬고자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그때 마침 관중들 저 너머로 낯익은 누군가가 어디론가 바삐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부산에서 온 같은 과 친구였는데 문득 박인규의 머리속에 그의 아버지가 부산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계시고 자신도 그 곳에서 사범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전광석화처럼 떠올랐다. 기막힌 우연의 일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등의 말들은 이런 경우에 쓰라고 만들어 진 것 같았다.

인규는 허겁지겁 부산친구에게 달려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도움, 아니 구원을 요청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급한 볼일이 있던 부산친구도 무시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부산 친구와 현지거구 간 겨루기 한 판이 벌어졌는데 실은, 워낙에 실력차이가 너무 났다.

현지인은 덩치가 크고 힘만 셀 뿐 태권도 고단자의 기슬과 빠른 동작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팽팽하던 전세가 조금씩 한쪽으로 기우는가 싶더니 어느 덧 거구의 현지인은 서서히 무너져 갔고 안 되겠던지 결국 두 손을 들고는 포기를 선언했다.

실은, 구경꾼들은 뒤돌려 차기와 회축 등 태권도의 현란하고 위력적인 발차기 기술을 맘껏 감상하면서 그 신비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들은 태권도의 매력에 반해버렸고 기나긴 우주의 역사 속에서 그날 밤 시드니의 하루는 그렇게 뜨겁게 막을 내렸다.

그 주 토요일 오후, 기숙사에서 속옷을 빨고 있던 부산친구의 방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문을 열어보니 아리따운 아가씨 한명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찾아온 이유인즉슨 그날 오후 자신도 구경꾼들 틈에 섞여 태권도 시범을 보았는데 너무 멋있어서 배워보고 싶어서 묻고 물어 집까지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그녀를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 날부터 기숙사 한쪽 기슭에서 태권도 개인교습이 시작되었고,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가면서 부산친구를 찾아오는 발길이 날마다 늘어 갔다. 얼마 못가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찰 정도로 수련생들이 늘어났다.

결국 그는 부산에서 사범을 하고 있던 동생을 긴급히 불러 들여 함께 시드니에 태권도장을 열었고 지금도 영업이 잘 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일은 참으로 요지경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를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Do or die 정도로 말하면 될 것 같다. 이는 죽을 각오로 하다, 쓰러질 때까지 하다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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