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영어 -범죄와의전쟁(上)-
스크린영어 -범죄와의전쟁(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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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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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영어’는 일반적인 영화 감상평이 아닌 우리 사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연관시킨 필자의 생각이 표현되며, 영화속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한 교훈도 소개하고 있다. 필자(신병철)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근무 중이며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비지니스를 직접 수행해온 인물이다.


범죄와의 전쟁에는 나쁜 사람들이 참 많이 나온다. 박쥐처럼 힘 있는 사람에게 옮겨 붙어 다니며 고자질 등으로 지위를 유지해 나가는 여사장, 부패한 세관공무원들과 권력자, 비열하고 잔인한 조폭, 타락한 법조인 등...

세상이 이토록 부패 세력들 간 결탁을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양심적인 사람들은 매일 매일이 너무 괴로울 것이다. 만약 어두운 이 영화의 내용이 이 세상의 어떠함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면 선한 사람들은 매일 매일 실망하며 손해를 보면서 살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 시절, 검사는 이름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1980년대 중반의 어느 날 발생한 일이다. 당시 중학생이던 필자는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파출소 앞에 있던 삐딱하게 서있던 경찰관이 무례한 말 짓으로 필자를 오라고 지시한다. 그러더니 경찰서 앞에서 10분 동안 서 있으라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한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경찰관의 권위에 눌려 한참을 서있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얼마 후 그 경찰은 종이 하나를 내놓으며 서명을 하고 가라고 한다. 불안한 생각이 들어 다소 친절해 보이는 다른 경찰에게 괜찮은 것이냐고 물으니 아무염려 말고 사인하고 그냥 가면 된다고 한다. 지금 돌이켜 보면 무언가 단속실적을 내야 하는 것이 있었던 것 같고 무고한 필자 등은 이의 희생양이 되었던 것이다.

당시 경찰만 해도 나는 새도 떨어 트릴만큼 세력이 엄청났는데 검찰은 이런 경찰의 지휘권을 지녔으니 실로 대단한 권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영화 속의 조범석검사도 조폭 두목 최익현을 구치소로 찾아와 자기가 깡패라고 정의내리면 깡패가 되는 것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 시절 평범한 사람 그 누구도 검사의 파워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조검사에게 희망을 걸었다. 그는 내외부의 압력이나 부정한 세력들에게 굴복하지 않고 소신대로 수사를 진행해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또한 결국엔 다른 조폭두목을 잡기 위해 협조하겠다는 최익현의 그럴 듯한 제안에 넘어가고 만다.

공공기관이 범죄자와 타협하는 순간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하든지, 이 사회의 질서가 무너지고 만다. 발주처가 향응이나 뇌물을 받고 업체의 수주를 돕는다든지, 단속구청 등과 부동산중개인들이 은밀하게 연대하는 순간 공적인 기능을 상실하는 것이다. 소금이 짠 맛을 잃어버리면 아무 쓸모가 없어져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밟히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조폭 두목 최익현은 주일이면 가족들과 함께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한다. 그 곳에서 자신의 범죄행각을 도와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한다. 만약, 교회를 다니면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진리와 정의를 위해 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이성을 만나거나, 성공에 필요한 인맥을 쌓으러 가는 것이라면 이건 거짓 신앙일 가능성이 많다. 우리나라 인구의 20~30%가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이토록 어두운 것은 바로 최익현과 같은 가짜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속에 존재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같은 교인이라는 이유로 상대의 불법을 도와준다든지 적당히 눈감아 주는 순간 교회는 마귀의 소굴이 되어버리고 만다.

세상 각처, 요소요소에 처한 기독교인들이 더욱 많이 깨어났으면 좋겠다. 자신을 희생하며 이웃을 대가 없이 사랑하며 어두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악한 사람들과 세력들이 이토록 득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이 이나마 유지되는 것은 어쩌면 양심적으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종교인들과 일반 서민들이 받쳐주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계속)

범죄와의 전쟁의 영어제목은 Nameless Gangst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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