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혈관”
“에너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혈관”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2.06.1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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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손님-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내실에 초점 둔 결과 연구기관평가서 정상 재탈환 성공
전기요금 현실화 시급…석유유통구조 경쟁 심화시켜야


[청계산=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6월이 시작되는 첫 날, 아침햇살은 무척 따가웠다.

일찍이 청계산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주 특별한 사람들로부터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에너지정책과 산업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동시에 때론 독설로 잘못된 정책과 산업을 비판하는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원들이 모처럼 답답한 연구실을 떠나 등반에 나섰다.

청계산 입구에서 만난 그들은 그 동안의 묶은 때를 벗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듯 새로운 활기로 넘쳤다.

오전 10시 등반의 시간이 다가왔다. 225년 된 갈참나무 밑에서 이들 연구원들은 ‘안전’이란 구호를 힘껏 외친 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을 중심으로 선두그룹을 형성해 정상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날 등반코스는 ‘청계골 입구→청계골 약수터→길마재 정자→헬기장→매봉→헬기장→깔딱고개→원터골 약수터→원터골 입구’로 이어지는 5km 가량 2시간 20분 정도 소요되는 코스다.

이날 등반길에서 김진우 원장과 발걸음을 같이 했다.


등반을 시작한지 30여분이 지났을 무렵, 우리 일행은 길마재 정자에 도착했다. 그때서야 김 원장은 이마로 흘러내린 땀을 훔치며, 다소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넌지시 등반 도중 무슨 생각을 했냐고 묻자, 김 원장은 “200명에 달하는 연구원 식구들이 등반을 하다 보니 솔직히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지 우려 된다”면서 “방심 때문에 산을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하면서 식구들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지만 특히 최근에 더 고마운 일이 많다고 한다.

이유를 들어보니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3개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 2011년도 정부출연 연구기관 평가에서 1등을 한 것. 지난 2009년 평가에서도 1등을 한 바 있다. 또 김 원장이 기관장리더십평가에서 2년 연속 최우수기관장으로 선정되는 등 경사가 겹쳤다.

김 원장은 “모두가 연구원 식구들이 맡은 바 책임을 충실히 수행한 결과가 아니겠습니까”라면서 모든 공로를 자신을 믿고 따라준 연구원들에게 돌렸다.

비법이 무엇이냐고 몇 차례에 걸쳐 묻자 김 원장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김 원장은 “취임 당시 내실에 역점을 뒀다”면서 “그 일환으로 연구원 개개인의 자질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고, 그 결과 각종 연구보고서 등이 충실해지면서 그 성과가 이번에 나타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그가 연구원 식구를 생각하는 정도는 얼마나 될까. 진달래 능선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도심은 빌딩들로 가득하다. 김 원장은 “이 빌딩들을 우리 연구원 식구들에게 모두 나눠졌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말해 청계산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식구들에게 모두 주고픈 최고경영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 평생 에너지 분야 연구에만 정열을 쏟아 부은 김 원장은 에너지를 무엇이라 생각할까. 헬기장으로 오르는 계단 길에서 물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한민국의 혈관”이라고 짧지만 강한 한마디를 던졌다. 우리 몸이 혈관을 통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처럼 대한민국도 에너지란 혈관을 통해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인간의 삶까지 생명력을 불어넣어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또 “에너지가 없다면, 당장 인간의 삶을 영위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늘의 목적지인 매봉에 오른 우리 일행은 막걸리의 달콤함을 끝내 벗어던지지 못하고 유혹에 빠져들었다. 갈증으로 바짝 마른 목줄기. 알싸한 막걸리는 목줄기를 촉촉이 적셔줬다.

김 원장은 연구원 식구들과 단체사진을 찍은 뒤 매봉에서 바라본 서울도심을 뒤로하고 서둘러 하산했다.
한발 한발 조심스런 발걸음을 내딛는 김 원장에게 최근 후쿠시마원전사고와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태, 각종 원전비리 등으로 국내 원전확대정책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탈원전정책을 번복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김 원장은 “(일본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했지만) 원전재가동은 시간의 문제였다”면서 “일본 정부가 지독한 전력난을 타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원전임을 확인한 것으로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 원전확대정책에 좋은 메시지를 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정부와 한전 간 줄다리기로 논란 중인 전기요금 현실화와 관련 김 원장은 “전기요금은 (한전의 전력구입비) 원가에 근접해야 할 것”이란 기본전제로 “(물가 등을 고려) 당장 두 자릿수 인상이 어렵다면 적어도 한 자릿수 중 최고의 수준에서 인상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급적 빠른 시간 내 전기요금을 현실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석유제품유통구조와 관련 김 원장은 경쟁체제를 갖춰야함을 언급했다.

김 원장은 “(석유제품가격의 인하와 인상은) 결국 세제정책과 맞물리는데 초고유가시대를 제외하고 현재 세제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 세제수준이 결코 높은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유통구조와 관련 시장에 맞춰 가야한다고 전제한 뒤 “현재 도매부분 경쟁이 없는 등 과점적인 구조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석유제품)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의 경쟁을 촉진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의 경우 석유제품유통 중 도매경쟁이 활성화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더라도 변동 폭이 그리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알뜰주유소 정책과 관련 김 원장은 유통구조에 경쟁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정책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그는 “현재 알뜰주유소는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상징적인 상태”라고 진단한 뒤 지속적으로 알뜰주유소를 늘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세 시간 남짓 김 원장과의 아름다운 산행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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