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영어> -새(the birds)-
<스크린영어> -새(the birds)-
  • 에너지타임즈
  • webmaster@energytimes.kr
  • 승인 2012.04.27 21: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크린 영어’는 일반적인 영화 감상평이 아닌 우리 사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연관시킨 필자의 생각이 표현되며, 영화속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한 교훈도 소개하고 있다. 필자(신병철)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근무 중이며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비지니스를 직접 수행해온 인물이다.


공중의 새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뾰족한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갑자기 사람을 공격한다면 그건 참으로 무시무시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이러한 일이 나에게 발생하리라고는 상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라는 영화에서는 새들이 농부의 눈을 파먹고 학교에서 수업중인 아이들을 공격하여 상처를 입히고 연약한 여성을 집단으로 공격하여 살해하기도 한다. 새는 저 멀리 전선위에 앉아서 인간들의 생활을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날아와 인간들을 공격한다.

사실 현실세계에서도 새들은 비행기의 프로펠러 속에 빠져 들어가서 항공사고를 유발하기도 하고 농부의 피땀이 서려 있는 농작물을 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른 아침, 숲길을 거닐 때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 소리는 정겹기가 그지없다.

얼마 전, 대기업이 다니는 지인 한사람을 만났다. 계속 해서 수익을 창출하지 않으면 불시에 구조조정을 당하기 때문에 항상 온힘을 다해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심지어 사업성이 없어져 돈을 못 벌면 부서자체가 하루아침에 팽을 당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부서원들은 한 가정의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들이므로 이들의 실직은 가족의 생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며칠 전 필자는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자그마한 업체를 운영하는 분 등과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요즘 같은 때는 돈 버는 것보다는 버텨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한다. 언제 어느 시점에 재정적인 환난에 맞닥뜨리게 될지 알 수 없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웬만큼 담이 크지 않고서야 자녀를 하나 이상 낳기도 겁이 나는 세상이다.

직장은 평소 우리에게 급여와 함께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해주지만 언제 갑자기 새처럼 돌변하여 우리의 삶을 할퀴어댈지 모를 일이다. 애정을 가지고 일하던 직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구조조정의 여파로 밖으로 내몰리게 될 경우 상상도 못할 정도의 자괴감과 고통, 의문과 분노의 감정이 밀려온다. 특히, 한 가족처럼 지내던 동료집단으로부터 나만 홀로 떨어져 나와 외톨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은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가 없다. 버림받았다는 느낌은 정말로 참담한 것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한 번쯤 극한의 상황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첫째는 나의 어떠함을 알 수 있게 되고 둘째는 내 주위 친구들의 어떠함을 알 수 있게 된다. 잘만 이겨내면 훨씬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 가운데에서 내 마음이 한없이 무너져 내릴 때 진실한 친구 한 명만 있다면 훨씬 쉽게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다. 평소에는 친한 척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주지 않거나 외면하는 친구는 평생 같이 가봐야 별 볼일이 없다.

임병수씨는 사랑이란 말은 너무너무 흔하다는 내용의 노래를 불렀었다. 눈알을 파먹는 새보다, 무정하게 직원들을 내쫓는 직장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말로만 친하다, 사랑한다고 하는 친구들이다. 내가 정말 목말라서 손을 내밀 때 내밀 때 냉수라도 한 컵 내밀어 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역으로, 세상에는 자기가 버림받았다고 느끼며 하루하루 슬픔 속에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많이 있다. 부모들에게 버림받은 고아들, 양로원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들, 암 말기 환자들, 견디기 어려운 환난을 당한 자들, 가난과 질고에 비참히 죽어 가는 최빈국의 국민들, 이들은 따뜻한 말 한마디와 자그마한 도움에 목마른 분들이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주면 이들의 마음은 큰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잘 먹고 잘 쓰며 사치스럽게 살 때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지금이 만 배 이상 행복하다고 고백하던 차인표씨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서로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

Remember the next scream you hear may be your own
(다음 비명의 주인공이 당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 영화 포스트 중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