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로운 냉전시대! 이미 시작된 자원전쟁
<창간특집> 새로운 냉전시대! 이미 시작된 자원전쟁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2.04.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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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에너지 총 소비의 96% 수입하는 대표적인 자원빈국
30년 짧은 해외자원개발 역사…자원외교 등 과감한 전략 구사


[에너지타임즈 김진철 기자] 지난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가 우리의 산업경제를 뒤흔들었다. 혼란의 시대였다.

우리는 아픈 상처를 바탕으로 해외자원개발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지난 1981년 인도네시아 마두라유전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안정적인 자원의 확보가 필수불가결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국제유가가 우리의 경제를 좌지우지(左之右之)할 정도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30년의 노력이 결실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2004년 울산광역시 동남쪽 60km에 위치한 동해 해상가스전에서 가스를 뽑아냈고, 그 결과 우리나라를 세계 95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렸다.

한국가스공사와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1970년대 미국과 일본 등 유수의 석유회사들이 수차례에 걸쳐 도전했다가 실패한 미얀마 서부해상 가스전에 도전, 우리나라에서 4년간 쓸 수 있는 가스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동해가스전과 미얀마 등에서 보듯 해외자원개발사업이 30∼40년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할 때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석유공사는 대형화 계획에 의거 영국의 다나와 캐나다 하베스트 등 굴지의 해외자원개발기업을 M&A하고 유망한 생산자산을 인수하는 등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했고, 그 결과 지난 2007년 일일 12만5000배럴에 불과했던 석유·가스 확보물량을 2011년 47만 배럴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수치로만 4배다.

새로운 냉전시대, 세계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그 총성 없는 전쟁 속에 대한민국은 어디쯤 서 있고 돌파구는 무엇인지 되짚어본다.


한정된 공급물량…늘어나는 수요
수출제한 등 높아지는 진입장벽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수식어는 무엇일까. 세계 9위의 에너지소비국, 세계 4위의 에너지수입국, 에너지수입 의존도 96% 등이다.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으로 자원수요가 급증하고,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꿀 지표가 자원이란 전망이 두드러지면서 전문가들은 ‘이미 자원전쟁이 시작됐다’란 거침 없는 표현을 구사한다.

먼저 자원공급이 한정된 반면 자원수요는 개발도상국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자원을 둘러싼 경쟁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가 안정적인 자원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자원은 국가 간 이해관계를 결정하는 핵심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20세기가 이념의 갈등이었다면 21세기는 자원문제에서 비롯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개척지역으로 잘 알려진 아프리카와 남미지역은 대표적인 자원전쟁터로 평가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 과거 미국과 유럽이 독차지한 자원보고였으나 최근 중국이 막대한 규모의 차관과 인프라를 앞세워 자원을 선점에 나섰다. 이에 뒤질세라 일본과 인도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남미는 철광석과 리튬 등을 확보하려는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지역 중 하나다.

특히 자원은 이해관계자들이 공급과 가격을 의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전략적 상품’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최근 희소성과 편재성을 이용해 자원을 무기화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자원부국들은 자원을 활용해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이들은 자원 국유화와 국영기업 우선 배분, 조세부과, 수출제한 등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에너지·자원 정세변화에 직격탄
해외자원개발, 선택 아닌 필수

자원공급에 빨간불이 켜지면 대한민국의 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96%를 수입하고 있다. 해외 의존형 에너지·자원 수급구조다 보니 에너지·자원 정세변화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고부가가치 첨단제품 생산의 비중이 높아진 가운데 핵심자원으로 떠오른 희유금속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악화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난 2010년 우리나라는 에너지수입에 총 1200억 달러를 지출했으며, 전 산업분야 수입의 28.6%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자원가격이 상승할 경우 무역수지의 악화가 초래될 뿐만 아니라 생산비용상승으로 수출경쟁력까지 저하시킬 수 있다.

우리가 에너지·자원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에너지·자원수급의 급격한 변화와 가격상승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해법은 해외자원개발이다.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할 경우 국지적인 요인으로 자원공급이 제한되더라도 직간접적으로 자원도입을 할 수 있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또 자원수급의 불균형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에도 해외자원개발 투자수익을 확보하는 등 국제수지 악화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특히 해외자원개발은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며, 단순히 금전관계만으로 가능한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자원부국과의 오랫동안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당장의 성과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도 적극적인 자원외교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평가되는 이유다.


각국 세계자원시장 공격마케팅
중국, 질서 단시간에 변화시켜

세계자원시장에서 중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등이 유독 두각을 내밀고 있다.

중국은 지난 199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자원수요에 대응키 위해 본격적인 해외자원개발에 뛰어들었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정책은 세계자원시장의 질서를 단시간에 변화시켰고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에 대한 전방위 자원외교를 벌이고 있으며, 주요 인사들이 수차례에 걸쳐 아프리카를 순방했다. 또 다자간 협력 채널로 아프리카 자원에 대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또 중국은 4개 국영기업으로 적극적인 자원개발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M&A분야에서도 지난 2002년 이후 전 세계 43개 회사의 지분을 매입했으며, 2009년 기준 중국 기업의 해외가업 M&A 규모는 182억 달러로 전 세계 M&A 규모의 1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도 중국은 풍부한 외환 보유고를 활용해 유전지분매각을 꺼리는 자원부국을 대상으로 대출 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가로 자원에 대한 장기구매권을 확보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770억 달러의 자금을 해당 국가에 저리로 제공해 12건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일본도 지난 2004년 이후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22% 수준에서 머물러 있었으나 2010년 에너지기본계획을 오는 2030년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40% 이상으로 개정하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자원외교를 강화하고 대외원조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자원을 확보하는데 나서고 있으며, 민간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비중을 투자금의 50%에서 75%로 상향조정하는 동시에 자원에너지 종합보험을 통해 리스크를 보전하는 등 민간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인도와 말레이시아는 산유국으로서 자국의 석유개발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기술,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외자원개발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높아진 진입장벽 자원외교로 뚫어
석유公·가스公, 곳곳 성과 빚어내

대한민국 자원외교는 높아지는 진입 장벽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대한민국 자원외교는 정상급에서 큰 물꼬를 트고 장관급에서 협의, 자원협력위원회 등을 활용해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쌓아 가고 있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라크 정부에서 정한 일일 생산량 20만 배럴 이상 규모 기업이란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9년 2월 양국정상간 양해각서 체결 후 4개의 대형광구지분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전 세계 석유매장량 6위의 산유국이다. 아부다비에만 10∼100억 배럴 규모의 대형광구가 존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주요 산유국 중에서도 정치·경제적으로 안정돼 있어 최적의 투자환경을 지닌 곳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930년대 기득권을 선점한 소수의 메이저 석유회사와 1970년대 진출한 일본 기업에게만 기회가 주어졌다. 당연히 우리나라는 참여조차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100년간의 전략적 경제파트너로 유전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지난 2009년 UAE원전 수출 이후 상호신뢰가 공고해졌고 양국은 100년간의 전략적 경제파트너로서 협력가능성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그 결과 우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UAE에서 개발을 예정하고 있던 3개 미개발광구에 대한 개발권을 받기로 약속을 받아내고 이와 별도로 10억 배럴 이상의 대형 유전개발 참여기회를 보장받았다.

이밖에도 우리 정부는 자원 미개발지역에 대한 자원외교로 적극적인 공략에 나섰다. 이차전지의 필수원료인 리튬의 최대 매장국가인 볼리비아 진출을 위해 특사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2011년 7월 리튬 배터리 합작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 리튬 자원 확보를 위한 기회를 넓혀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공기업 대형화로 추진력 강화

우리 정부는 해외에너지개발 전문기업과의 M&A와 유망자산인수를 통해 자원개발 공기업의 규모를 확대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정부는 한국석유공사가 오는 2012년까지 일일 생산량 30만 배럴과 매장량 20억 배럴을 달성한다는 내용의 대형화 전략을 수립하고, 메이저기업과 경쟁국 국영기업과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말 석유공사 생산규모는 일일 18만 배럴수준까지 증가됐으며, 2011년 말 22만 배럴까지 늘어났다. 또 석유공사는 올해까지 계획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수기업과 기존 보유자산의 생산성을 높이고 철저한 경제성 평가를 통해 유망자산을 신규로 인수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석유공사는 글로벌 석유기업으로서 자립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탐사역량을 강화하고 기술력 제고, 부채관리, 인력확보 등 내실강화에 심혈을 기울려 나갈 방침이다.

또 우리 정부는 석유공사 대형화로 더불어 글로벌 광업 메이저 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해 지원 중심의 ‘대한광업진흥공사’를 투자 중심의 ‘한국광물자원공사’로 변경하고 전략광종의 자주개발 목표달성을 위한 선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광물자원공사는 자주개발이 부진한 동광에 대한 중점투자를 추진해 미주 동 벨트를 구축하고, 유연탄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호주지역을 공략하는 한편 아프리카에서 희유금속 확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대륙별 특화 광종 거점화를 추진하고 있다.


실수요 민간기업 중심 투자 촉진

최근 민간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실수요 기업 중심으로 안정적인 자원 확보로 산업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민간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총 265개 사업에 신규로 진출한데 이어 2010년 말 현재 65개국에서 469개 사업으로 크게 늘어났다.

주요지원내용은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융자, 한국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를 통한 금융지원, 투자세액공제 등의 세제지원, 공기업의 공동투자 등이다. 특히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상승 완충 능력이 경쟁력과 직결되는 실수요기업에 대한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

그 결과 2010년 민간 기업의 광물자원에 대한 투자규모는 13억9000만 달러로 2007년 5억1000만 달러 대비 2.7배나 증가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00년부터 7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브라질 유전개발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 조정차원에서 24억 달러에 매각하고 매각 대금 전액은 자원개발에 재투자키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민간 기업의 자원개발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융자금을 지원해 탐사에 성공, 그 성과를 활용해 유망사업에 재투자하는 최초의 사례로 손꼽힌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개발에 진출해 3개 가스전에서 4조5000억 입방피트의 매장량을 확보했다. 미얀마 가스전은 과거 프랑스 토탈사 등 메이저 기업들조차 7회에 걸쳐 시추작업을 진행하고도 개발에 실패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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