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영여> 나의결혼원정기
<스크린영여> 나의결혼원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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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3.2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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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영어’는 일반적인 영화 감상평이 아닌 우리 사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연관시킨 필자의 생각이 표현되며, 영화속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통한 교훈도 소개하고 있다. 필자(신병철)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근무 중이며 지난 수년간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비지니스를 직접 수행해온 인물이다.

사병으로 군복무시절 뼈저리게 느낀 사실이 있다. 여러 가지 배경으로 인해 일부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 예를 들어 과거 수 십 년 전, 신병들이 자대배치를 받으면 그때부터 상상할 수 없는 역경의 시간이 시작되는데 갖가지 부당하고 억울한 핍박과 가끔 바닥에 피가 흥건해지도록 구타를 당해야 하는 것들이 그 예이다. 더불어, 감당할 수 없는 노동량으로 인해 몸은 만신창이요 마음은 참새와 같이 외롭고 서글퍼진다. 간혹 군에서 발생하는 탈영이나 자살은 자연스런 귀결이다.

하지만, 광야같이 메마른 군 생활 중에서도 연약하고 외로운 후임병들을 위로하고 도우며 기꺼이 고난을 공유하고자 하는 선한 선임병들도 있다. 문제는, 적지 않은 경우 무관심이나 이기적 마음으로 인해 낮은 자들의 고통이 외면 받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어깨에 얹어진 삶의 무게만으로도 부담스럽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탓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십분 양보한다 해도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길고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들을 더 괴롭히고 착취하고 구타하며 희열을 느끼는 악한 행위이다.

필자는 여행을 좋아한다. 중국에 있으면서도 몇날 며칠 기차와 버스를 타고 대륙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2000년대 중반 어느 날, 산동성에서 출발하여 배를 타고, 기차를 타고 또 버스로 갈아타 백두산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 이는 장백산으로 불리운다. 백두산 인근에 많은 조선족들이 살고 있었는데 어떤 이들은 농사로, 또 다른 이들은 백두산에서 산삼을 캐내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특히 압록강발원지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강폭이 겨우 수 미터에 불과했고 바로 저기 강 건너편에서는 북한 주민들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야음을 틈타 강을 건너는 북한주민들도 있었다. 어떤 중국인들은 그들을 긍휼히 여겨 숨겨주기도 하고 식당에서 일을 시키기도 하며 주식을 제공해 주었다. 일부 연로한 중국 노인들은 젊은 북한 아낙을 아내로 삼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도움을 제공했다. 언제 공안에게 발각될지 몰라 불안하기 짝이 없는 도망자의 삶이었지만 그래도 먹을 것이 있어서 행복했다.

하지만, 일부 심술궂은, 또는 이해관계가 수틀린 중국인들은 탈북자들을 박대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공안에 발각되는 이들도 자연 생기게 마련이다. 심문과정에서 대부분 조선족들이 통역을 맡곤 하는데 그날은 필자가 묵고 있던 집주인 조카가 통역을 맡았다.

그 청년은 통역을 마치고 공안국에서 돌아오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사래를 쳤다.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팰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개도 그렇게 패지는 못할 것이라며 한참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넋두리를 해댔다.

한편, 마흔이 다되도록 제대로 여자와 사귀어본적도 없는 만택(정재영 분)과 그의 죽마고우 희철(유준상 분)은 모두 농촌 노총각이다. 국내에서 마땅한 신부감을 찾을 수 없었던 둘은 우즈벡으로 떠나게 되고 거기서 커플매니저 라라(수애 분)를 만나게 된다. 실은 라라는 탈북민, 그곳에서 경찰들에게 발각될 것이 두려워 숨죽이며 온갖 불안과 불이익을 감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신세이다. 태어나기를 북한에서 태어났다 뿐이지 우리와 똑같은 동포인데 안타깝기만 하다. 손에 땀을 쥐며, 울며 웃으며 참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이다.

하늘은 연약하고 핍박받는 자의 편이다..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는 교훈대로 일상생활 가운데에서라도 어려움과 곤란가운데 처한 주위 분들과 마음을 같이하여 고통을 분담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인데, 내 욕심만 채우며 살아가면 무슨 재미란 말인가?

한편, 나의 결혼 원정기는 영어로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까? 영화의 영문 타이틀은 My wedding campaign이나 wedding capaign으로 번역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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