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력계통 통합법안 발의, 더 고심했어야
<사설> 전력계통 통합법안 발의, 더 고심했어야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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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2.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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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 대규모 정전사태 반발로 발의됐던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기능을 통합하는 법안이 사실상 자동 폐기됐다. 이 법안은 표심을 쫓는 선심성 법안의 하나로 분류됐다.

18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오는 5월까지 보장돼 있지만 의원들이 해당 지역 내 선거캠프를 설치하고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상임위원회는 열리기 힘들다. 혹자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정태근 의원(새누리당)은 정전사태 당시 근본적인 원인으로 전력계통망의 운영주체와 소유주체의 이원화에 있다고 보고 전력계통을 한전으로 일원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과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지식경제위원회 의원 25명 중 1명을 제외하고 이 법안에 모두 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번번이 열리지 못했고 반년이 지난 최근 이 법안은 한 번도 상정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이 법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지난 10일 김영환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4일까지 이 법안 처리를 위한 기한을 정하고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성원미달로 휴회될 경우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을 직접 회부해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언급한 기한인 14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물론 14일은 회의조차 열리지 않았다. 결국 김 위원장의 호언장담(豪言壯談)은 실언(失言)으로 끝났다.

의원들이 회의에 불참하는 것도 의사발언의 한 형태라고 한다. 이 법안에 대해 비록 서명을 했지만 사회적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데다 표심의 행방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 의원들의 행동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력산업구조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전력거래소가 설립되고 발전6사가 한전에서 분리되던 지난 2001년을 전후로 찬반이 양분됐고 해마다 열리는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때마다 의원들이 논란의 불씨를 던지지만 명쾌한 해법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마무리되는 등 우유부단(優柔不斷)한 상황으로 마무리되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일로 전력업계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무척 혼란스럽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을 놓고 찬반으로 양분된 이들은 의원들의 행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가슴을 조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 자리다. 섣부른 의원들의 행보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보다 논란거리를 남긴 셈이다.

지난 2001년 시행된 전력산업구조개편 특별법이 통과되기까지 당시 관련 의원들과 전문가들이 논의와 논의를 거쳐 어렵게 결론을 내린 반면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정전사태란 명분으로 국민의 관심이 쏟아지면서 의원들이 너도나도 목소리를 높이면서 언론의 집중적인 포커스를 받았다. 그 결과 충분한 논의도 거치지 않고 이 법안이 발의됐다. 본질은 이미 훼손됐다. 의원들이 우리나라 전력산업에 미칠 여파를 조금만 생각했다면 섣부른 법안발의는 자제했어야 옳다.

법안을 발의하고 결정하는 것은 의원들의 고유권한이다. 그만큼 책임도 뒤따른다. 잘못된 법안은 사회를 혼란하게 만들고 갈등을 조장하게 됨을 19대 당선되는 의원들은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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