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부실이 부른 정전사태
총체적 부실이 부른 정전사태
  • 남형권 기자
  • namhg@energytimes.kr
  • 승인 2011.09.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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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 순환정전을 두고 정부, 사업자 모두 책임전가에 급급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국회는 주무장관인 지식경제부 장관의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압력을 넣고 있지만 주무장관은 허위보고를 받았고 책임을 한전으로 떠 넘기고 있다. 물론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한전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지만 급전지시를 내릴 수 있는 기관은 전력거래소로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 대정전이 발생하기전 오전부터 예비율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아무도 이를 통제하지 못한데 따른 인재가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정전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체계화되지 못한 국내 전력산업의 총체적 정책부재라고 할 수 있다. 한전 중심의 전력산업을 전력그룹사로 분리하고 전력거래소를 신설해 전력거래를 하도록 하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을 두고 요즘 말들이 많다. 또한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의 현실화도 간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우선 전력산업구조개편으로 인해 통제시스템이 명확하지 못한 원인이다. 발전 예비율이 밑바닥을 치고 있을 때 수력이나 가스발전소를 긴급하게 가동해 예비율을 높이거나 한전 지점을 통해 대형 사업장에 대한 사전예보시스템을 가동했다면 애꿎은 서민아파트나 영세가게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예비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제자가 필요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요시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석탁화력발전소의 출력증강을 지시할 수 있도록 전기공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전력설비 확충에도 소홀한 것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전력수요에 급증에 따른 정전위험을 항상 내포하고 있었고 이미 이러한 예견은 몇 년전부터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지적돼 온 사실이라는 이라는 점에서 이번 정전사고는 불시에 일어난 일시적 사고가 아닌 인재라는 심각성을 더해준다.

전기요금의 비현실성도 이제 재앙을 부른 원인이다. 한전을 비롯한 전력그룹사는 그동안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원가이하의 전기요금 체계를 전압별 요금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정부로부터 묵살당해 왔다. 연료비 연동제도입도 지난 7월에 시행됐어야 하지만 잠정 유보된 상태였다. 전기요금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 때문에 기획재정부나 청와대는 인상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적정 수준을 지켜주지 못했다. 8월 인상 할때도 5% 이하로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 때문에 결국 4.9% 인상에 그쳤다. 전기요금의 현실화는 즉각적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기름이나 가스투입해 재료비보다 싸게 전기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정부나 한전은 이번 사태에 대해 총체적 책임을 지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력선진국이라고 해 놓고 통제시스템 하나 구축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용어에 대해서도 서로 달리 해석하는 헤프닝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이번 사태로 인해 국민들 은 한전과 정부에 대해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피해보상 문제도 그렇다. 30분 정도의 정전으로 인한 피해 내역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피해창구는 마련해 놓고 있지만 실제 피해내용을 접수할려고 보면 증명할 방법이 없어 피해보상에도 상당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정부나 한전은 좀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성난 국민들을 납득시키고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총체적 난국의 전력산업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리를 떠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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