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학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석탄화학과 바이오화학
<기고> 화학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석탄화학과 바이오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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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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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홍정기 수석연구위원-
그동안 주춤했거나 경쟁력을 상실한 것으로 여겨졌던 석탄화학과 바이오화학 분야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석탄화학과 바이오화학 산업의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화학산업의 근본적 구조 변화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석탄화학은 당분간 중국을 중심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등 환경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신흥개도국을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추진될 전망이다. 석탄 이용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처리 문제가 해결될 경우 석탄화학의 글로벌 확산도 장기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미래 석탄화학 산업의 주도권은 중국이 장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신 석탄화학 기술을 적용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중국에서 가동 또는 시험 중에 있으며, 석탄화학 육성을 위한 중국 정부의 의지도 강력해 보이기 때문이다.

바이오화학은 지속가능경영 확산 트렌드에 힘입어 양호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낙관한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바이오화학 산업의 성장 기반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최근 바이오화학 벤처들의 활발한 활동도 바이오화학 산업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벤처 활성화는 바이오화학 제품의 다양화를 촉진시켜 전체 시장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비식용 자원으로의 원료 대체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화학산업을 지배해온 석유 중심의 원료 및 기술 구조는 석유, 석탄, 바이오매스가 공존하는 다원적 구조로 변화할 전망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석탄화학과 바이오화학은 독자적으로 생존가능한 영역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화학기업들 입장에서는 최근의 환경 변화를 기회로 인식하여, 기술 상호 간의 협력과 조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석유나 석탄의 주 용도는 당연히 연료지만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성분 상 화학산업의 원료로도 이용될 수 있었다. 석유가 석탄을 급속히 대체해 나가면서 화학산업의 원료도 1940년대를 전후로 자연스럽게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되었다. 주변에서 대량의 석유를 쉽게 확보할 수 있었고, 가격경쟁력도 크게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석탄 또한 천연 유기물(바이오매스)을 대체하면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19세기 중반 석탄으로부터 얻은 합성염료나 합성수지, 합성섬유가 천연 염료나 천연 소재를 대체한 것이 좋은 예이다. 결국, 한 시대의 주력 에너지원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따라 화학산업도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최근 에너지산업 및 화학산업의 변화는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향후 석유의 안정적 공급능력 유지 여부가 의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에너지원의 한 축을 담당해온 원자력의 신뢰성에 큰 상처를 남겼다.

고유가 지속 및 신흥 개도국의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석탄 수요는 당분간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성에 의하면 석탄 소비의 한 지표로 사용되는 세계 합성가스(Synthesis gas) 생산량이 2004년 이후 높은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최근에는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석탄은 전체 소비량의 약 2/3가 발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석탄의 소비 패턴은 앞으로도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상대적으로 석탄액화(Coal-to-liquids, CTL)나 산업용(철강, 화학 등)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35년 사이 석탄의 수요 증가분 중 60%가 발전 부문에서 이루어지고, 30%가 산업용 및 석탄액화 부문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석탄화학과 바이오화학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간의 동향은 과거와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석탄화학과 바이오화학은 투자 우선순위가 높지 않아 경제 상황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사업의 지속성이 보장되지 못하다 보니 연구개발이 위축되고, 기술발전이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다시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석탄화학과 바이오화학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고, 투자 열기가 지속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석탄화학과 바이오화학의 부상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화학산업의 근본적 구조 변화를 촉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중의 급격한 확대에는 제약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석유 중심의 원료 및 기술 구조가 석유, 석탄, 바이오매스가 공존하는 다원적 구조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화학기업들 입장에서는 최근의 환경 변화를 경쟁 심화의 과정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기술 상호 간의 협력과 조화를 통해 장기적 관점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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