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복수노조제도의 정착을 위하여
[기고] 복수노조제도의 정착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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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8.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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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노사관계를 선진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국회는 작년에 복수노조 설립을 허용하고 동시에 노조간부의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정하는 타임오프제를 도입해 사용자의 노조간부에 대한 임금지급을 규제하는 새로운 노조법을 통과시켰다.

새로운 노조법의 통과로 노조간부의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정하는 타임오프제가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현재 대부분의 노동조합이 준수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노조법의 또 다른 중요한 조항인 사업장의 복수노조 허용이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노사는 복수노조시대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노조법을 숙지하며 조직을 점검하는 등 대비하고 있다.

모순된 일부 관행 타파가 우선

그러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국회에서 통과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로운 노조법의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제도가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하면서 근로시간 면제제도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를 폐지하고, 전임자 급여의 노사 자율결정과 복수노조의 자율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상 과거의 관행을 유지하자는 주장인데 현재 노동조합을 운영하는 간부의 기득권 관점에서 보면 일리가 있을지 모른다.

회사의 직원이면서 노조의 일을 해도 급여를 받는 것은 어찌 보면 특별한 권리다. 양대 노총은 이러한 특별한 권리를 유지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복수노조 설립의 자유를 인정하면서 사업장 내 여러 개의 단체협약이 난립하고, 이로 인한 노사관계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단체교섭 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을 교섭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에도 노동조합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운영의 일부 관행은 일반사람들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어떤 모임이라도 회원들이 돈을 내고 그 돈으로 모임을 운영하는 것이 상식인데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노조간부가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받으면서 노조활동을 하고 사용자에 대해서 투쟁을 벌이는 모순이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의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관행으로 지목하고 있다.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 시행의 타당성

또한 우리나라는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권리를 노동기본권이라고 하면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데, 헌법의 하위법인 노조법은 한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져 있으면 다른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도록 막고 있다.

복수노조 설립을 금지하는 이 법조항 때문에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가 노동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번번이 문제를 제기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동조합 간부가 조합운영을 독단적으로 하기 어려워지고 근로자들이 노조를 선택할 수 있게 되므로 노조간부들이 일반 조합원을 크게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노동기본권 보장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노조간부가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받아 조합 활동을 하고 근로자들이 노조를 선택할 수 없는 관행은 노동운동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노조의 일을 하면 회사 일을 하지 않고 급여를 받을 수 있으니까 노조에는 이런 저런 명칭을 가진 간부들이 자연히 늘어나게 된다. 또한 복수노조를 만들 수 없으니까 하나의 노조에 계파가 난립하게 되고 계파끼리의 싸움은 노동조합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노사관계도 불안하게 만들어 왔다.

법 시행없이 재개정을 논하는 건 혼란만 가중

노조간부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 문제와 복수노조 금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노조법은 사회적 공감대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수많은 노사관계 전문가들이 연구했고 법제도 운영의 주체들인 노사정 대표들이 무려 13년 동안 머리를 맞대어 왔다.

뿐만 아니라 노사의 정치적 압력 때문에 노조법 개정의 당사자인 국회가 법의 시행을 번번이 유보해왔던 것을 여야가 어렵게 통과시킨 것이다. 따라서 법을 시행해 보지도 않고 재개정하면 이를 주도하는 정치권은 일반 국민들의 반발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노동조합 운영과 노사관계 관행을 과거로 되돌릴 수는 없다. 사용자는 물론 노동조합도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적어도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라도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타임오프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고 복수노조 설립 시행이 눈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노조법을 재개정하자는 것은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노동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노사정은 물론 여야 정치권도 새로운 노사관계 법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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