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씨가 횡령한 돈은 고효율조명기기임을 표시하는 증지를 팔아 마련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는 이 증지를 계속 팔기 위해 비영리법인에서 영리법인으로 전환하면서까지 자금을 조성했다. 고효율기기의 확대를 위해 공기관에서 할 일을 협회에 믿고 맡긴 결과가 고효율조명기기의 보급과 확대를 위해 사용돼야 할 돈이 개인의 주머니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만 생긴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협회의 부실한 감사와 내부에서 이미 이 사실을 알고도 쉬쉬했다는 사실이다. 윤 씨가 몇 년간 공금을 횡령하는 동안 제대로 된 감사가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횡령 행위는 금방 발각됐을 것이다. 협회의 운영이 얼마나 엉망이고 비합리적이었는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또 윤 씨의 횡령 사실을 알고 나서 협회의 대응 자세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협회 내 몇몇 임원들은 횡령 사실을 밝히고도 곧 바로 검찰에 수사의뢰하지 않고 쉬쉬했다. 물론 횡령한 돈을 돌려 받기 위해 윤 씨에게 민법상 할 수 있는 조치를 했다고 하나, 이 사건이 돈만 회수하면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이들이 윤 씨를 감싼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가는 상황이다.
윤 씨는 발각된 후에도 몇 년간 돈을 갚겠다고 하며 변제를 미루고 있었고, 그의 말만 철썩 같이 믿고 기다렸다는 협회의 해명을 누가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고효율조명기기제조협회는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방만 경영을 지적받은 바 있다. 곳곳에 구멍이 난 그들이 스스로 자정의 능력을 상실했다면 이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정직하고 열심히 고효율조명기기의 보급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업계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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