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닐 한 장이 광역정전 불씨 될 수 있다
<사설> 비닐 한 장이 광역정전 불씨 될 수 있다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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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2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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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도 전력대란에 버금갈 정도로 전력수급이 불안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 전원 중 하나인 원전 1기가 최근 가동을 멈췄다. 다행히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장마로 인해 전력수요가 다소 누그러져 한숨 돌렸다. 말 그대로 하늘이 도운 셈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2011년 6∼8월 최대전력수요가 전년대비 7% 증가한 7477만kW, 공급예비력은 420만kW(예비율 5.6%) 정도인 것으로 전망치를 내놨다. 특히 이 기간 중 냉방수요가 전년대비 12.3% 늘어난 1729만kW로 전체 전력수요의 23.1%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 여름 잇따른 폭염 등으로 인해 냉방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날 경우 대형 전원 1기만이라도 가동을 멈추면 그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광역정전뿐만 아니라 제한송전까지 가야할 지경에 이를지 모른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에서 내 놓은 전망치는 단지 예측일 뿐이다. 갑작스런 폭염이 잇따를 경우 냉방수요는 늘어난 전기용 냉방기기 보급만큼이나 증가할 것이고, 당연히 전력수요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 여름 전력수급에 대한 최중경 장관이 주재한 긴급회의를 한 다음날인 지난 21일 느닷없이 고리원전 2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사고수습을 위해 자체조사를 벌인 결과 고리원전에서 신울산변전소를 연결하는 송전선로 3줄 중 1줄에 0.05초가량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고리원전 2호기 보호계전기가 작동, 원전가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전기 공급 중단 원인은 농사용 비닐이 송전선로를 덮쳤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12일 고리원전 1호기는 발전소 내 부하공급용 차단기(비안전모선 ‘A’계열)의 손상에 따른 보호신호동작으로 터빈·발전기·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된 바 있다.

당장 전력수급이 급하다보니 고리원전 2호기 가동은 큰 문제없이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자로나 주요 원전설비의 중대결함도 아닌 따지고 보면 평소 철저한 정비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고장사고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농사용 비닐이란 하찮은 고장정지 원인이 자칫 광역정전으로 번지고 제한송전까지 이르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올 여름도 전력수급이 만만찮다. 정부나 전력업계 관계자들이 그 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철저한 전력설비관리를 통해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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