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의 나라 페루와 우리의 자원외교
잉카의 나라 페루와 우리의 자원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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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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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권 주 페루 대사 -

페루 리마소재 황금박물관(Museo de Oro)에 가면  2천년이 넘은 미이라 한 구가 눈에 띈다. 황금 박물관에 왠 미이라 인가 하고 의아해 하는 독자가 많겠지만, 이유는 미이라 머리 정수리 부분에 손가락 크기의 순금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전투로 두개골에 상처가 난 병사를 실로 봉합하고 나서 금으로 그 구멍을 메꾸어 치료를 한 당시 페루 고대인들의 선진 의술을 보여주는 훌륭한 전시품이다.

황금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잉카문명 최후의 왕 아따우알파(Atahualpa)의 실화에서도 나타난다.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이 잉카의 마지막 왕을 가둬놓고 왕을 구하고 싶으면 집 천장까지 금과 은으로 가득 채우라고 요구하였다. 아따우알파 왕 휘하의 족장들은 왕의 명령에 따라 금과 은으로 방을 채웠으나, 스페인 정복자들은 결국 그를 처형하였다.

가슴 아픈 이야기이나 과거부터 페루가 얼마나 광물자원이 풍부한 나라인지를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 수 없다. 실제 페루는 생산량 기준으로 은 세계 1위, 동 세계 3위, 금 세계 5위, 아연 및 주석 세계 5위 등 막대한 광물자원의 보고이다. 과거 역사를 들여보면 16세기 스페인 정복자 삐사로가 잉카제국으로부터 다량의 은을 유럽으로 유입, 은값 폭락과 뒤이은 산업혁명을 유발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페루와 우리나라는 1963년 국교를 수립였다. 그러나 실질적인 협력관계는 2000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는 물론 정치?외교적으로도 멀고도 먼 나라였던 페루가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로 다가온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 급진 좌파정권의 득세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만성적인 테러가 만연하였던 페루가 최근 대외개방과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을 통해 역내에서 가장 모범적인 신흥시장으로 발돋움한 점을 들 수 있다.

자원부국인 페루의 정치경제 정세가 안정되면서 에너지, 광물자원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SK, 한국석유공사 등 우리기업들의 페루 시장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이 한반도의 여섯배가 넘는 광활한 영토를 가진 페루의 부존자원과 우리의 자본 및 기술력이 결합되면서 한-페루간 실질협력관계는 가일층 심화, 확대되고 있다.

에컨대, SK이노베이션은 미국의 헌트(Hunt) 오일, 스페인의 렙솔(Repsol) 등과 컨소시움을 구성, 『액화 천연가스 사업 (Peru LNG)』, 『카미세아 가스전 개발사업』에 참여하여 지난해부터 페루에서 우리 국내 연간 소비량의 25% 수준인 4백 5십만톤(총 투자비 39억불)의 천연가스 상업생산을 개시, 동절기 수요가 많은 우리나라에 이의 대부분을 수출해오고 있다. 상기 컨소시움 사업은 또한 페루 국내총생산(GDP)의 8%에 해당하는 연 100억불의 로열티 수입과 안정적인 국내 가스공급선 확보라는 차원에서 페루의 국가경제에도 막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또한, 2009년에는 한국석유공사가 콜롬비아 국영석유회사 (ECOPETROL)와 공동으로 페루 해상광구의 75%를 갖고 있는 페루 제3위 석유기업을 인수하여 성공적으로 석유탐사개발을 해오고 있다.  POSCO 건설도 한국업체로는 처음으로 총 7억불에 상당하는 2개의 가스 복합화력발전소 개조공사를 수주하여 2012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석유, 가스개발 분야만이 아닌 동광, 아연 등 광물개발 분야에서도 우리기업의 대 페루 투자진출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광물자원공사와 LS - Nikko가 2013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진행중인 『마르꼬나 동광개발 사업』, 고려아연의 『빠차빠뀌 광산개발 사업』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기업의 對페루 투자진출에 있어 또 하나의 블루오션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이다. 광활한 아마존밀림과 안데스산맥, 2천㎞가 넘는 해안선을 가진 페루는 풍력, 태양에너지, 수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특히, 페루정부는 전기보급을 받지 못하는 지역(농촌, 국경지역, 정글 및 안데스 산맥)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빈곤감소를 위해 풍부한 풍력, 수력, 일사량 등 천연에너지자원 활용방안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으로 있다. 향후 우리기업이 이 분야에 있어서 중남미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는 것이 유익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우리와 페루와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인 파트너쉽 관계로 발전,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서명된 한-페루 FTA가 조만간 발효되고 현재 협상진행중인 양국간 항공협정 체결을 통해 서울-리마간 직항로가 개설되면 한-페루 양국간 관계는 질적으로 한차원 높은 동반자적 협력관계로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다.

지난 4월 중순 필자가 신임 대사로서 신임장을 제정한 자리에서 가르시아 페루대통령은 친구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각별한 안부를 전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자신이 현직에 있을 때는 물론, 퇴임후에도 한국의 영원한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한-페루 양국 정상끼리의 돈독한 유대가 양국 우호협력관계의 건실한 토대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뛰어난 논리로 사람을 설득할 수는 있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감동이다.” 라는 말이 있다. 페루에는 약 90명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자원봉사단원이 보건의료, 자동차정비 및 장애인교육, 컴퓨터 응용기술 보급 등 각종 분야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울러,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병원건설, IT, 농촌개발 등 협력사업도 꾸준히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선의와 협력노력이 페루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우리의 자원외교도 더욱 내실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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