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국가에 녹색에너지를 수출하다
녹색국가에 녹색에너지를 수출하다
  • 에너지타임즈
  • webmaster@energytimes.kr
  • 승인 2011.06.10 17: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前주캐나다대사 하 찬 호-

러시아에 이어 지구상에서 2번째로 큰 땅을 가진 캐나다는 공기 좋기로 소문난 녹색국가이다. 한반도의 46배에 이르는 크기에, 인구는 3천4백만에 불과하다.

국토의 40%이상을 차지하는 북부지역에는 아직도 인간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미개발 지역이 많고, 특히 타이가, 툰드라 등 한대지역은 아직도 원시림이 무성한 그야말로 청정국가이다.

그래서 그런지 캐나다 사람들의 자연사랑은 유별나다. 잔디밭의 잡초를 제거하거나 풀속에 서식하는 해충을 없애기 위해 일정수준 이상의 독성이 있는 화학제품을 써서는 안된다. 여름철 모기퇴치를 위해 서울에서 쓰는 것과 같은 독성이 강한 스프레이 살충제를 쓰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우리 상식으로 이해 안 되는 점이 있긴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자연을 보존하고 사랑하는 캐나다 사람들 특유의 생활방식이다.

이런 생활방식은 그들이 사용하는 에너지소비 구조에서도 나타난다. 캐나다는 석유, 가스, 석탄, 우라늄 등 천혜의 자원이 넘치는 세계적인 에너지자원 부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의 60%를 수력, 14%를 원자력에 의존하며 CO2배출이 많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첨단 녹색국가인 셈이다.

우리기업인 삼성물산과 한전은 지난 2008년 캐나다 온타리오주(주도는 토론토)에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 적이 있다.

당초 우리정부와 기업은 캐나다 국민들의 친환경적인 성향으로 보아 CO2배출이 없는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프로젝트 추진에 아무런 걸림돌이 없을 줄로 알았다. 오히려 외국기업이 들어와 5년간에 걸쳐 60억불이라는 돈을 풀고, 대규모의 고용을 창출하는 지역개발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적어도 지역사회와 시민들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을 것으로 알았다.

또 토론토 광역도시권 지역의 전력공급이 좋아지게 되어 캐나다 정치인, 관계전문가들로부터도 칭찬과 지지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건 우리의 오산이었다. 우리기업의 프로젝트가 알려지자 캐나다 시민사회와 일부 정당으로부터 파상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풍력발전을 위해 설치하는 대규모 타워와 날개(블레이드), 그리고 태양광 발전을 위해 설치하는 인버터 등이 주변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시민들의 보건과 안전에 크게 위협이 된다는 것이었다.

언론에서도 발전설비 가동시에 발생하는 소음, 복사열 등으로 주민들의 불편은 물론, 주변지역의 식생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물론 대규모 투자에 따른 신규 일자리 창출, 부가가치 제고 등 우호적인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사회분위기로 보아서는 이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캐나다정부에게 많은 정치적 부담이 예견되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우리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왔던 당시 온타리오주 부수상 겸 에너지?인프라부 장관이 토론토시장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사임해버렸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당초 2009년말까지 이 사업에 관한 기본계약을 체결키로 했던 온타리오 주정부가 계약체결을 망설였다.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그대로 가만있을 수는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기업에게 뿐만 아니라, 녹색성장을 국정의 핵심어젠다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정부 입장에서도 반드시 성사시켜야만 하는 사업이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개도국의 공사발주를 다른나라 기업과 경쟁하면서 수주받는 지금까지와 같은 수동적인 사업방식이 아니고,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 정부를 상대로 우리기업이 먼저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궁극적으로 캐나다정부가 받아들이는 새로운 포맷의 녹색산업 수출사례였던 것이다.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 주캐나다대사관은 바로 비상근무 태세로 들어갔다. 우선 온타리오 주정부내에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이견이 조속히 정리되는 것이 필요했다. 당시 대사인 나는 우리 컨소시움(삼성물산, 한전) 및 주토론토총영사와 협의해서 온타리오 주정부 설득을 위한 각자의 역할을 분담했다. 그리고 온타리오 주정부 및 주요인사를 대상으로 일대일 설득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에 누구보다 부정적이었던 온타리오 경제개발부 장관을 만나 이 사업이 갖는 경제적 효과와 의미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또 발전시설이 들어설 지역구에 어떤 편익과 혜택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하나부터 열까지 상세히 안내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온타리오 주정부는 일부여론의 반대와 비판을 뒤로하고 이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최종 결단을 내렸고, 드디어 2010년 1월에 우리기업 컨소시움과 사업기본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우리기업과 정부가 합심해서 추진한 에너지자원 외교의 개가였다. 사업의 실무적인 내용은 비록 상업적인 차원에서 논의되지만, 정부차원의 전폭적인 협력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이제 머지않아 우리기업이 만들어내는 녹색에너지가 캐나다 가정과 사무실에서 사용될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 기업과 정부가 합심하여 녹색국가에 녹색에너지를 수출하게 되는 제2, 제3의 프로젝트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