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솥뚜껑과 태양에너지
[칼럼] 솥뚜껑과 태양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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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2.2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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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곤(사무차장 / 한국태양광발전업협동조합)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인간의 결정에 있어 과거의 ‘경험’이 현실과 이성을 토대로 내리는 ‘판단’보다 우선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속담일 것이다.

하지만 ‘경험’에 의한 결정이 실패의 확률을 낮출 수는 있지만 반드시 성공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버린 결정들은 대부분 ‘어렵다’, ‘되겠느냐?’, ‘무모하다’는 등의 수많은 ‘경험에 기반한 고정관념’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들이다.

우리에게는 1970년대 후반 오일쇼크 시기, ‘태양열’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접했던 경험이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파동 속에서 치솟는 난방비에 고민하던 우리에게 태양열은 석유가 아닌 대체에너지에서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한겨울에도 차가운 수돗물을 그냥 쓸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생활상을 돌이켜보면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도 더운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태양열시스템이 주는 장점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태양열시스템의 호황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국제유가가 안정을 되찾고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이 중심이 되는 주거문화가 주류로 자리잡게 되는 외부적 환경의 변화에도 그 원인이 있고 당시의 기술수준으로는 난방과 온수를 모두 가능하게 하지 못해 우리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한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태양열이 매력을 잃은 가장 큰 원인은 꾸준한 ‘유지관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이 인류의 과제로 등극한 지금의 태양열의 모습은 과거 30여년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져있다. 온수, 난방은 기본이고 발전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고온태양열에 관계된 기술의 진보는 놀라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태양열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여전히 국민뿐만 아니라 일선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정책 담당자 대부분은 태양열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과거 30년전의 ‘경험’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있다.

마치 어엿한 30대 직장인으로 자라난 아들이 ‘오늘 밤에도 이불에다 오줌을 싸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과 같아 보인다. 30여년전의 태양열기술이 ‘자라’였다면 지금의 태양열기술은 ‘최신식 솥뚜껑’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같은 이유로 불과 몇 년 사이에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신재생설비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태양광가로등’이다.

신재생 의무설치 기관마다 눈에 잘 띄면서도 적당한 예산만 있으면 되는 신재생설비의 1순위가 바로 태양광가로등이었고 그래서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참 많은 태양광가로등이 공원 등을 중심으로 설치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설치된 태양광가로등은 모두 축전지를 사용하는 독립형이다보니 축전지의 성능저하에 따른 가동중단은 피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태양광가로등을 도입한 지자체마다 골치덩어리로 전락하는 처지가 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07년도만 해도 미가동률이 22%에 이른다.)

태양광가로등 역시 설치할 생각만 했지 ‘유지관리’에 대한 고민이 적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덕분에 요즘 지자체 등 신재생 의무설치기관에 태양광가로등을 제안하면 ‘태양광가로등은 말도 꺼내지 마라’는 담당자들의 대답을 듣게 된다.

태양열에 이어 태양광가로등도 새로운 ‘솥뚜껑’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냥 이렇게 ‘솥뚜껑’이 되어버린 태양광가로등을 버려야만 할까?

아니다, 오히려 태양광가로등은 반드시 독립형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처럼 전력계통망이 훌륭한 곳에서 왜 굳이 태양광가로등만은 축전지를 쓰는 독립형이야 한다고 생각을 해왔을까?’ 라는 반성이 필요하다.

계통연계형 태양광발전시스템이 그린홈은 되고 가로등은 안되는가? 상업형은 되는데 가로등은 왜 안되는가?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경험’에 갇혀 새로운 가능성을 애써 외면해온 것이라 생각한다.

낮에는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는 일반 가로등을 모두 태양광발전설비로 활용한다면 굳이 새롭게 축전지식 태양광가로등을 설치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모든 가로등은 태양광가로등으로 변신이 가능할 것이다.

낮에 발전한 전력은 모두 전력계통으로 송전하고 밤에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수전해서 가로등을 켠다면 축전지 용량 때문에 밝은 램프를 쓸 수 없어 공원 구석으로 밀려난 태양광가로등을 10차로 간선도로에서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태양광가로등은 반드시 ‘자기가 생산한 전기로만 밝혀야 한다’는 ‘경험’으로 만들어진 고정관념에서만 벗어난다면 가능하다.

‘경험’에만 의존하여 ‘솥뚜껑’만 보면 달아나버리는 상황을 반복한다면 우리나라에 신재생에너지가 정착되고 진보된 기술로 세계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는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자라는 나의 손가락을 물어 다치게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솥뚜껑은 내가 놓치지만 않는다면 다칠 일은 없기 때문에 과감하게 ‘솥뚜껑’에 다가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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