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해 전력대란, 내년에도 예정된 악재
<사설> 올해 전력대란, 내년에도 예정된 악재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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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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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30℃까지 떨어졌다. 부산은 영하 12.8℃를 기록, 96년 만에 최저기온을 갈아치웠다. 기상청은 북극의 기온상승이 제트기류를 약화시키면서 한파가 자주 출몰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급작스런 한파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파가 잇따르면서 전력수요도 덩달아 술렁거렸다. 올 겨울에만 벌써 4차례 최대전력수요가 경신됐다. 지난 17일 12시 최대전력수요가 7314만kW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예비전력도 비상수준인 400만kW에 근접했다.

한파와 전력수요 상관관계를 분석해 본 결과, 국민의 난방패턴 변화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손꼽혔다. 현재 기준으로 기온이 1℃로 떨어지면 전력수요는 48만7000kW가량 증가한다. 지난 2007년 기준 19만9000만kW인 것을 감안할 때 2배가 넘는 수치다. 일명 ‘전기 먹는 하마’로 알려진 EHP(Electric Heat Pump, 전기히트펌프)도 2005년 6만7000대에서 최근 40만3000대까지 확대됐다.

난방용 전기제품이 우후죽순(雨後竹筍)으로 보급된 이유는 뭘까. 값싸면서도 사용이 편리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저 평가된 전기요금은 국민의 난방패턴을 1차 에너지인 LNG와 등유에서 효율이 낮은 2차 에너지인 전기로 바뀌는 구심점 역할을 한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통계상으로 지난 2004년 대비 난방용 LNG와 등유가격은 45% 인상된 반면 전기요금은 13% 인상에 그쳤다. 그 결과 전기수요는 49%나 늘어난 반면 LNG수요는 28% 증가에 머물렀다. 등유수요는 증가는 고사하고 도리어 55% 감소하는 기이한 현상이 연출됐다.

이유는 정부가 물가안정이란 명목으로 전기요금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두 번째로 싸다. 지난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전기요금을 100원으로 가정할 때 일본은 242원, 영국은 221원으로 두 배 이상 높다. 특히 전체 전력판매량의 절반에 달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kW당 73원으로 발전단가인 92원에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정부는 전력대란을 겪으면서도 또 다시 물가안정이란 명목으로 상반기 전기요금 인상을 원칙적으로 동결시켰다. 또 언론보도를 통해 난방용 전기제품을 전기 먹는 하마로 규정하며, 전기절약에만 호소했다.

정부의 이 같은 호소가 목구멍이 포도청인 상인 입장에서 난방용 전기제품 사용을 자제해 줄까. 심야보일러를 사용하는 국민이 보일러를 켜지 않은 채 겨울을 날 수 있을까. 이미 난방용 전기제품은 국민생활 깊숙한 곳에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았다. 지난 17일 최대전력피크를 경신하기 앞서 정부가 대대적인 전기절약을 호소했으나 결국 전력수요를 줄이지 못했다. 맹목적인 정부의 호소로 달라지는 건 없다는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난방용 전기제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원전이나 대형발전소 건설이 불가피하다. 통상 100만kW급 원전 1기를 건설하는데 1조 원이 소요된다. 단순히 동계전력피크에 대비 원전 5기만 건설해도 5조 원이란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더군다나 기상청은 지구온난화와 북극의 기온상승으로 갑작스런 한파는 더욱 자주 찾아올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1년 내 대형발전소를 ‘뚝딱’ 지을 수 없는 상황에 내년 전력대란도 사실상 예견됐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력대란의 원인은 난방용 전기제품 보급·확산에 손놓고 지켜본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선심성 정책이 불러온 최후다. 본지 취재 결과 정부는 난방용 전기제품의 보급현황조차 집계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당장 난방용 전기제품의 수요를 알 수 없으니 정확한 전력수급예측도 쉽지 않다.

결국 잘못된 정책의 폐단이 전력대란으로 드러났다.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이젠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을뿐더러 숨길 수도 없다. 이제라도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정책을 수립,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만 명분 없는 전기요금 인상은 곤란하다.

정부는 연료비연동제 등 국민이 납득할만한 명분을 갖고 전기요금을 현실화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한다. 물론 이 정책엔 국민의 난방패턴을 2차 에너지인 전기에서 1차 에너지인 LNG나 등유 등으로 바꿀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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