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묘년, 토끼에게 배워야 할 지혜를 생각한다
<칼럼> 신묘년, 토끼에게 배워야 할 지혜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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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2.30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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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 깡충 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어린 시절 즐겨 불렀던 노래의 한 구절이다. 또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 이야기, 토끼의 간을 구하는 용왕의 이야기를 다룬 조선 후기 판소리 계통의 소설 <토생전>(兎生傳), 달을 보며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고 생각하던 우리 조상들의 상상 등 토끼는 우리와 매우 가깝고도 친근한 동물이다.

토끼는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이야기에서처럼 빠르지만 게으른 동물로 묘사되거나 “놀란 토끼같다”는 비유에서처럼 겁많고 소심함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토생전>에서 보듯 꾀가 많고 지혜가 많은 동물로 인식되어 왔다.

그의 간을 탐하는 용왕이 보기에는 간사한 꾀에 지나지 않을지 몰라도 적어도 토끼의 입장에서 보면 그가 지닌 꾀는 현명한 지혜이다.

우리 문화에서 토끼가 약한 동물이 아니었던 점은 자(子, 쥐) 축(丑, 소) 인(寅, 호랑이) 묘(卯 토끼) 진(辰, 용) 사(巳, 뱀) 오(午, 말) 미(未, 양) 신(辛, 원숭이) 유(酉, 닭) 술(戌, 개) 해(亥, 돼지)의 십이지신 가운데 차지하는 위치에서도 드러난다. 정동(正東)의 방위신인 토끼는 열두 마리의 짐승 가운데 쥐 다음으로 작지만 호랑이와 용 사이에 있다.

또 토끼는 다산(多産)의 상징이기도 하다. 일정한 발정기 없이 아무 때나 짝짓기를 해 새끼를 잉태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을 빼면 오직 토끼뿐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산토끼는 1년에 두세번 짝짓기를 하고 한번에 3~4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사실 초식동물인 토끼는 자연생태계에서는 매우 약한 짐승이다. 집에서 애완동물로 길러 사람과 친숙해진 토끼들은 그렇지 않지만 어쩌다 산길에서 마주치는 토끼는 귀를 쫑긋 세워 두리번거리다 산 위로 줄행랑을 놓는다.

토끼의 귀가 큰 것은 족제비나 맹금류 등 천적을 경계하기 위해 특별히 발달한 진화의 산물이다. 토끼가 포유동물 가운데 유별나게 다산인 이유도 잡아먹히는 숫자보다 더 많은 새끼를 낳아야 종족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천안함사건과 연평도 피격 등 심화된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자칫 물리적 대결, 즉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또 4대강과 한미 FTA 등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도 평행선을 달릴 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청년실업의 문제와 비정규직의 문제, 저출산과 고령화의 문제 등 내부적 불안요인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누적되어 가고 있을 뿐이다.

우리 경제가 IMF구제금융사태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에서 비롯된 세계경제의 침체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를 위협하는 국내외적 위기요인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우리의 민화에 등장하는 토끼는 작고 약한 짐승이지만 꾀가 많아 언제나 위기를 재치있게 극복한다. 자신을 위협하는 강한 동물들에게 지지 않고 오히려 재치와 꾀로 그들을 이용한다.

신묘(辛卯)년 토끼의 해를 맞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안팎의 위기와 갈등을 토끼같은 지혜로 풀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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