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정유산업 현황과 전망
<기고> 세계 정유산업 현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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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2.1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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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과장(한국석유공사 정책연구협력팀)

 

정유산업이 주기적으로 호불황을 반복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이러한 주기의 폭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극적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Golden Age’와 ‘Dark Age'라는 용어이다. 2002년 후반 세계 최대 투자 은행의 석유가스 리서치팀에서 향후 정유산업의 황금기(Golden Age of Refining)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실제로 2004년에서 2008년 정유산업은 황금기를 누렸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의기를 시작으로 석유수요가 급감하면서 정유산업에도 위기가 닥쳤다. 이러한 상황을 빗대어 또 다른 투자은행에서 정유산업의 암흑기(Dark Age of Refining)를 선언한 것이다.

 지난 몇 년간의 초고유가와 정유산업의 황금기 이전에는 수 년간 상류뿐만 아니라 정유 등 하류부문 투자가 부진했었다는 배경이 놓여 있다. 실제로 1990년에서 2000년 사이 세계 석유 수요가 15% 증가했음에 비해 세계 정제 능력은 단 10%만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 변화는 세계 정제가동률과 정제마진 추이를 통해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2002년 저점을 시작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가동율과 마진은 각각 2005년과 2007년을 피크로 하락세에 접어들어 2009년 정제가동률은 1994년 이래 최저인 81.1%를 기록했다.

 정유업계에서는 적정 정제가동율을 85%, 정제가동율의 마지노선을 80%로 보고 있다. 2009년의 정제가동율이 마지노선에 근접해 있으며, 향후 석유 수요의 폭증이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유업계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 석유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정제시설 가동중단 용도변경 폐쇄 매각 등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정유산업의 수익성은 기본적으로 석유수요와 정제능력의 관계 변화로 전망할 수 있다. IEA에 따르면 세계 석유수요는 2009년 8477만b/d에서 매년 120만b/d씩 증가해 2015년 9193만b/dp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세계 정제능력은 2009년 8300만b/d에서 매년 150만b/d씩 증가해 2015년 9200만b/d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정제능력 증가가 수요증가를 상회하게 된다.

또한 이 기간 수요증가분 중 260만b/d는 정제공정을 거치지 않는 바이오 연료, NGL, GTL, CTL 등이 차지해 정제능력 과잉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제가동율은 2015년경 78%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제능력이 과잉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향후 정제능력이 수요증가분을 상회하여 증가하는 이유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뚜렷해진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수요 이분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IEA에 따르면 2009~2015년 간 OECD의 석유수요는 174만b/d감소하는 반면, 비 OECD는 890만b/d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의 석유수요 증가분이 458만b/d이며, 이중 중국의 수요 증가분은 312만b/d로 아시아 석유수요 증가분의 약 68%, 세계 석유수요 증가분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다.

 IEA에 의하면 세계 정제가동율이 적정수준인 85%로 개선되려면 2015년까지 700만b/d의 정제능력 감축 또는 이 물량만큼의 추가 증대가 없어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선진국에서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이 실시되거나 또는 정제능력을 늘리고 있는 개도국이 정제능력 증대를 취소해야만 한다.

 정유산업의 암흑기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각 제품별 수급 전망에 기반한 제품 생산 전략이 중요할 것이다.

IEA에 따르면, 2015년까지 휘발유 등 경질유분은 과잉, 경유 및 등유 등 중간유분은 부족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의 휘발유 수요 붕괴 및 일부 휘발유 수요의 바이오 연료(에탄올) 대체와 유럽의 디젤화 정책 및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가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또 하나의 방편으로 정제부문과 석유화학부문간의 수직일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지난해 모든 메이저기업이 정제부분에서 손실을 기록했으나 석유화학부문에서 이익을 거둠으로써 손실 폭을 그나마 줄일 수 있었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올 하반기 이후 신규 석유화학 시설이 늘어남으로써 동 부문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긴 하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석유화학에 대한 수요가 견고하므로 2015년까지 석유화학부문 마진이 상승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본 보고서는 한국석유공사의 주간석유뉴스 1515호(12월 15일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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