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슈퍼 태풍의 한반도 도래와 우리의 대처
<칼럼> 슈퍼 태풍의 한반도 도래와 우리의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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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0.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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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동 교수(계명대 지구환경학과)

지난 9월 1, 2일 태풍 곤파스가 서해를 따라 북상한 후 강화도와 서울을 지나 동해로 빠져 나가면서 농작물, 교통 그리고 인명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줬다.

곤파스가 우리나라를 지나갈 때 관측된 풍속은 서해안에서 4050m/s였고, 수도권을 지나갈 때는 세력이 약화되어 20~30m/s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수도권 지하철이 멈추고, 바람에 날린 건축자재에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서해안에서는 과수단지의 낙과율이 심한 곳에서는 40%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다행히 곤파스는 바람만 다소 강하고 강수량이 적은 태풍이었기 때문에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피해 정도가 적었다.

만약에 곤파스의 풍속이 2배 정도 더 강하고, 강우량도 10배 정도 더 많았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이동속도마저 느려서 한반도에 머문 시간이 반나절이 아니라 허리케인 카트리나처럼 수일 정도로 길었다면 어땠을까?

이에 대한 답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속 편할지 모른다. 이런 경우를 가정해보는 이유는 오늘날 이런 무시무시한 태풍, 이른바 ‘슈퍼 태풍’이 한반도에 도래할 날이 멀지 않다고 기상학자들이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약 0.74℃ 상승했고, 태풍이 발생해 북상해 오는 해역인 저위도 서태평양의 수온은 약 0.5℃ 상승했다.

그런데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 2007년도 4차 보고서에 의하면 기온과 해수온의 상승속도는 최근으로 올수록 훨씬 가파르게 빨라지고 있다.

최근 25년 동안에 발생한 온도상승이 그 이전의 100년 동안에 나타난 것과 비슷할 정도다. 이러한 가속도는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에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국내 기상연구소가 1904~2100년까지의 한반도 기후변화를 분석한 ‘한반도 기후 100년의 변화와 미래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지구평균보다 2배 이상 올랐고 금세기 말까지는 더욱 빠르게 상승해 현재보다 6.5℃ 정도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일본기상연구소의 기토(鬼頭) 박사도 기후예측 모델을 이용해 작성한 기후변화시나리오를 근거로, 동아시아 지역의 온도가 금세기 말까지 현재보다 20% 정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과, 해수온도의 상승으로 태풍의 에너지원인 수증기량이 증가해 태풍의 강도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외에 전 세계에서 나온 대부분의 기후변화 예측에 관한 보고서는 태풍의 발생빈도에 큰 변화가 없든가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태풍의 강도는 강해질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오늘날 기후변화의 문제는 금세기 내에 인류가 해결해내야만 하는 숙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고자 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기후변화를 가져온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즉, 온실가스 배출량을 금세기 중반 이내에 1990년 대비 50~60% 감축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450ppm 이내로 안정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는데,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에너지 효율 향상 그리고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면서 살아가는 생활의 혁신을 달성해야 한다.

두 번째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최선의 성과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서 사라지지 않고 머무는 시간이 100년 이상으로 길기 때문에 적어도 금세기 말까지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갈 것이기에 기후변화의 진행은 막을 수가 없다.

따라서 각 지역별로 기후변화의 시대에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는 대응책을 찾는 일이다.

세 번째는 기후변화 시대에 대응할 기술과 자금을 갖지 못한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이다.

선진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고통을 받고, 에너지 저효율 발전시설에 의존하고 있는 개도국을 도와야 한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온실가스 감축 문제에만 매달려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두 번째와 세 번째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사전에 적응 노력을 얼마나 하였는가에 따라서 많이 달라진다.

그 예로 2003년 태풍 매미가 일본과 한국을 번갈아가며 상륙했을 때 한국은 사망 131명, 이재민 1만1000여 명, 재산피해 4조7000억원의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일본은 더 센 강도의 태풍 매미를 맞으면서도 사망 1명, 중상 1명, 재산 피해 500억원에 그쳤다.

국격은 국가의 경제적 경쟁력에 앞서 자연재해 앞에 초라해 지지 않을 수 있는 사회의 안전에서 우선 찾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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