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형 에너지경영시스템
KSA4000의 문제점과 ISO50001
<기고> 한국형 에너지경영시스템
KSA4000의 문제점과 ISO50001
  • 에너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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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2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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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규 이사 ((주)세인인포테크, BSI 심사원)

지구촌이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 결정적인 원인은 에너지 사용, 특히 무분별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증가에 있다. 그래서 각국에서는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너지경영시스템(Energy Management System)은 기업이나 사업장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인적 물적 자원 및 관리체계를 시스템화하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전사적 에너지 경영 활동으로 이미 국내에서도 몇 몇 대기업이 시범인증을 받은 상태다. 

에너지경영시스템은 90년대 중반부터 시행되어 온 환경경영시스템(EMS)과 혼동을 피하기 위하여 'EnMS' 라는 약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서는 저탄소 녹색경영의 중요한 방법론으로 국제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ISO(국제표준화기구)는 에너지경영시스템을 ISO50001로 명명하고, 2011년 상반기 중에 국제표준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2007년 12월말 국내용 에너지경영시스템, KSA4000을 제정했는데, 최근 국제표준인 ISO50001 제정 논의가 진행되면서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어 조속한 보완이 필요하다. 이에 몇 가지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KSA4000은 경영시스템(MS) 일반의 접근 방식, 즉, Plan(계획)-Do(실행)-Check(점검)-Act(개선)을 통해 지속적인 개선을 추구한다는 ISO 규격의 일반론과 괴리된 부분이 다수 확인된다. 일반요구사항(4.1)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갑자기 실행관련 항목이 나오고, 조직 내 최고 수준의 결의인 에너지방침(4.2.2)이 경영책임 하위 개념으로 들어간 것은 ISO 다른 규격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소 기형적인 모습이다.

둘째, 에너지경영기획(4.3)에서 에너지측면분석을 규정한 것은 무난하나 '적어도 년 1회 이상'으로 특정한 것은 경직된 규격 운영으로 ISO의 일반적 접근방식과는 괴리가 있다.

각 조직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에너지측면분석을 년 1회 할 수도, 년 2회 할 수도, 또는 격년 1회로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운영방식은 각 조직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다.

그까짓 횟수 규정 하나 가지고 문제를 삼는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규격의 요구사항(Requirement)은 만족하지 못하면 인증(Certification)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규정 하나가 어떠한 방향과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 하는데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연 1회 이상이라는 횟수 규정은 성과관리(4.5.4) 부분과 경영검토(4.6)에서도 비슷하게 적시하고 있어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셋째, 에너지경영프로젝트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조항(4.4.6)은 삭제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수행은 조직의 에너지방침과 목표 및 세부목표 등에 근거하여 세부 계획을 세우고 운영관리 차원에서 실시하면 되는 것이지 요건으로 에너지경영프로젝트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규격 일반론에 어긋난다.

이를 요건으로 한다면 에너지경영프로젝트를 실시하지 않으면 인증이 불가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에너지경영프로젝트는 조직의 사정과 상황에 따라서 실시할 수도 있고,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조항도 규격의 폐쇄성과 경직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수정이 필요하다.

국제규격은 일반적으로 WD-CD-DIS-FDIS-IS 순서로 제정 절차를 밟게 되는데, ISO 50001은 2010년 4월 DIS가 발행되어 향후 FDIS와 IS단계를 남겨 놓고 있다.

ISO50001은 다른 규격과는 달리 Energy Review(4.4.3), Energy Baselin(4.4.4), Energy performance indicators(4.4.5) 사항을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앞으로 KSA4000 인증을 ISO50001 인증으로 업그레이드하여 소급하여 인증해 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KSA4000와 ISO50001을 면밀히 비교 검토하여 ISO50001의 방향에 맞게 수정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의 시대에 에너지경영시스템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국제적 흐름을 감안하지 않은 우물 안 개구리식의 자의적 규격 적용은 기업들에게 또 다른 비용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

ISO 규격 일반의 원리에 따라 조직의 에너지경영성과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에너지 관련 정부기관들은 에너지경영시스템의 보급 확산 과정에 시행착오와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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