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발전사 사장…내부승진 필요한 이유는
[데스크칼럼] 발전사 사장…내부승진 필요한 이유는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7.10.12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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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 에너지타임즈 편집국장-
【에너지타임즈】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석연찮은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난 에너지기관장들이 있다. 얼마 전 이미 공석인 동서발전을 제외한 발전5사 사장들이 일제히 사표를 냈고, 일제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1년 발전5사가 분사된 이후 발전5사 사장자리가 모두 공석인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는 왜 이 같은 극단적인 카드를 빼들었을까.

현재 발전5사 후임 인선작업에 대한 움직임이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그 흔한 하마평도 나오지 않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정부가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는 흔적임에 분명해 보인다.

정부가 이 같은 결단을 내린 배경은 표면적으로 원전과 석탄발전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한편 신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현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읽히고 있다. 일찍이 신재생에너지업계는 정부의 예산만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어 그 대안으로 한전과 발전5사 투자를 손꼽은 바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가 중요하다.

에너지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롤러코스트를 탄 것처럼 역동적이다. 그런 탓에 현재 공석인 발전5사 사장 자리에 누가 오느냐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누가 오느냐에 따라 발전5사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혁신적이면서도 진취적인 강력한 리더십도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내부조직을 다독이면서 스스로 조직이 변화의 길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도 당연히 필요하다. 따라서 내부승진을 배제시키는 것은 당분간 변화의 길을 걷다 요요처럼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 올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음이다.

현 정부의 인선스타일을 바라보면 정부는 과거의 행적을 중요한 잣대로 보는 분위기다.

이 잣대로만 본다면 내부승진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이들은 오롯이 석탄발전을 중심으로 한 발전회사에 몸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위치가 그랬기 때문에 이들은 그 시대,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변할 수 없을까란 물음이 남게 된다. 일찍이 발전5사 내부에서 신재생에너지가 미래에너지산업의 중심에 설 것이란 주제를 두고 발전5사 내부에서 논란이 상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스스로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부응할 수 있는 답이 조직내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부승진이지만 충분히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정책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현재 침체된 발전5사 내 분위기를 주도할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내부승진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 변화를 주도해야 할 주체는 반드시 발전5사 내부조직이어야 한다. 이들만이 현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정책을 정확히 읽고 장기적인 안목의 대안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의 해법은 스스로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가 새로운 에너지정책에 맞도록 발전5사를 진화시키기 위해선 내부조직이 수동적으로 변화되기보다 능동적으로 변화돼야만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런 탓에 내부출신 인사는 오랜 기간 조직 내 몸을 담고 있으면서 구성원과 지근거리에서 함께 호흡했다는 것만으로도 당장 닥친 변화의 물결에 혼란을 주지 않고 스마트하게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이 최고경영자까지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은 정부의 새로운 에너지정책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 중 하나다.

석탄발전이 당장 멈추는 것이 아니란 것도 내부승진을 요하는 부분이다.

적어도 앞으로 30년, 대한민국에서 석탄발전이 가동된다. 최근 준공된 석탄발전 설계수명이 30년에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석탄발전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 또한 발전5사가 스스로 찾아야만 할 문제다. 석탄발전을 보다 청정하게 운영하는 것, 그리고 석탄발전을 청정에너지로 진화시키는 것 등 모두 이들의 몫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내부출신은 갇힌 사고의 틀로 보이는 면도 있으나 원인을 알면 해법이 보이듯 누구보다 석탄발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이 해법을 제시하고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이다.

발전5사는 분명 위기에 놓여 있다. 이 위기를 넘지 못한다면 발전5사는 도태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미 일부 의원들이 효율적인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신재생에너지공사(가칭)를 설립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5사가 제대로 진화되지 못할 경우 정부는 이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통령 임기는 5년, 이 기간은 에너지구조를 바꾸는데 촉박하다. 그렇지만 신재생에너지공사가 설립된다면 정부는 새로운 에너지정책의 목표를 상대적으로 쉽게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사례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현재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석탄공사. 당초 가스공사가 설립되기 전 천연가스사업을 석탄공사에 맡기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석탄공사 조직은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 결과 석탄공사는 서민연료시장을 가스공사에 고스란히 내주면서도 쇠퇴의 길을 아직도 걷고 있다.

발전5사도 신재생에너지공사가 설립될 경우 석탄공사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에너지산업이 전환의 시기에 접어들면 발전5사는 발전시장에서 서서히 자리를 잃어가며 쇠퇴의 길을 걷게 될 것이 자명하다.

발전5사는 구조적으로 5개 회사지만 큰 맥락에서 같은 분위기를 공유한다. 혁신적이면서도 진취적인 강력한 리더십과 내부조직을 다독이면서 스스로 조직이 변화의 길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이 적절하게 조화될 수 있도록 내·외부 인사들이 적절하게 선임된다면 발전회사 간 긴장관계가 유지되고, 선의의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발전5사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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