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수출 백 장관 발언…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
원전수출 백 장관 발언…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7.10.1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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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지만 지원대책 살펴보니 언행불일치

【에너지타임즈】원전수출 관련 백운규 산업부 장관 발언이 원전업계를 온종일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백 장관은 정부가 원전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히면서도 웨스팅하우스 등 원전기업이 도산위기에 처하고 있음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원전업계는 백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말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지만 알아서 잘 해보라는 식의 무책임한 언행이라고 서운한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 원전수출이 통상 사업자 간 거래보다 국가 간 거래로 이뤄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원전수출에 가장 적극적이어야 하는 주무부처 장관이 실패한 사례를 언급한 것에 대해 과한 부분이 없잖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10일 한국무역보험공사(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열린 원전수출전략협의회에서 나왔다.

백 장관은 이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에너지전환정책은 지진위험성과 다수호기, 인구밀집 등 국내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언급한 뒤 원전수출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익성과 위험요인을 엄격히 따져본 뒤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원전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백 장관은 원전수출은 현재 국내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른 원전산업계에 대한 보완대책으로서 원전수출은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고 국내 원전산업계가 축적한 유·무형의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국익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원전수출의 필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백 장관은 최근 웨스팅하우스와 아레바 등이 신규원전건설 중단과 지연 등으로 존폐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전수출을 추진함에 있어 인·허가 규제와 금융조달 가능성, 원전시공여건 등 제반 위험요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응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원전업계는 백 장관의 마지막 발언에 적잖게 섭섭해 하는 눈치다.

업계는 국내에서 원전을 둘러싼 갈등이 없었다면 덕담정도로 분석했을 것이나 이 자리에서 내 놓은 구체적인 지원대책과 결합시켜 뒤에서 구경하고 있을 것이니 알아서 잘 해보라는 식으로 비쳐 불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구체적인 원전수주 지원방안에 대해 영국의 경우 지난 4월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이 방한하고 한-영 원전산업대화체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한전 사장과 산업부 국장급을 영국으로 파견하는 한편 영국원전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체코의 경우 우리가 지난 2월 초청한 체코 원전특사 방한 시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면담과 원전산업 시찰 등을 통해 정부의 원전수출정책방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한국형 원전의 우수성을 알릴 계획임을 밝혔다.

이와 관련 원전업계는 영국의 장관이 방한했다면 우리나라도 장관이 방문하는 것이 관례라면서 외교적 실례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수출은 표면적으로 사업자 간 계약이지만 국가에서 개입하지 않고 성사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장관이 잘 알고 있을 것인데 장관이 원전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언행과 정부의 수동적인 대책과 행보는 불일치한 부분이 없잖아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관계자는 “원전수출을 단순하게 제품을 파는 것으로 보면 곤란하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편 한수원·한국전력기술(주)·한전원자력연료(주)·두산중공업 등 원전업계는 신형가압경수로(APR1400)의 유럽수출형 원전인 유럽형신형경수로(EU-APR) 표준설계를 2011년 12월 유럽사업자협회에 유럽사업자요건(European Utility Requirements) 인증심사를 공식적으로 신청한 것과 관련 본 심사를 통과하는 쾌거를 거둔 바 있다.

이를 통해 원전업계는 영국·체코·스웨덴·폴란드 등 유럽에서 기존 원전을 대체할 신규원전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탓에 원전수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를 통해 유럽의 조건을 요구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집트 등 아프리카지역으로의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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