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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원전재난영화 ‘판도라’…분노가 관심으로 이어져야-김진철 에너지타임즈 취재팀장-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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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6  16: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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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타임즈】올해 재난영화로 ‘부산행’과 ‘터널’이 흥행한데 이어 ‘판도라’가 흥행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필자는 영화를 보는 내내 편한 마음은 아니었다. 첫 원전재난영화인 이 영화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찾아야만 했던 탓이다.

재난영화는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재난을 재구성하는 것, 앞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을 내다보는 것, 현실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 등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영화 판도라는 앞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재난과 현실가능성이 전혀 없는 재난의 중간쯤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싶다. 왜냐하면 원전전문가도 원전사고가 100%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판도라는 꺼지지 않는 불인 원전을 잘 관리하고 이용한다면 과학이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되겠지만 천재지변을 만났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원전은 인간을 삼키는 괴물로 돌변할 수 있음을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는 후쿠시마원전사고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후쿠시마원전사고는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지진해일 발생, 후쿠시마원전 전원공급기능 상실, 노심융해 진행, 수소발생, 수소폭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강진에 따른 원자로 냉각계통 기능상실을 원전사고 원인으로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영화 판도라에서 발생했던 원전사고, 발생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면 이들은 희박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수소폭발로 이어지기까지 너무나 많은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자. 영화 판도라에서처럼 냉각계통 배관에 균열이 발생해서 완전히 파손됐다고 가정해 보자.

당장 필요한 것은 원자로를 냉각시킬 수 있는 냉각수 공급이다. 냉각수 배관 파열에 대비한 첫 번째 안전장치는 ‘안전주입탱크’다. 이 탱크에 있는 냉각수를 공급할 수 있는 펌프는 냉각계통의 압력이 낮아지면 자동으로 작동되도록 설계돼 있다. 영화에서처럼 격납건물 내에 작업자가 투입돼서 작업이 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실제로 높은 압력과 온도 탓에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 탱크의 냉각수가 소진되면, 대용량 ‘재장전수’가 냉각수로 공급된다. 이 냉각수 또한 고갈되면 배관으로 흘러나와 바닥에 고인 냉각수를 다시 공급하게 함으로써 냉각계통 기능을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냉각수를 공급하는 배관망이 완전히 파손되더라도 냉각기능은 살아있게 된다는 것이 설계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 안전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전제조건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다. 기존 전력공급시스템이 문제를 일으키면 원전 내 2대의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된다. 또 이 발전기가 불능상태에 들어가게 되면 기존 비상디젤발전기를 제작한 회사와 다른 회사에서 제작한 대체발전기가 가동된다. 이마저도 불능상태에 이르게 되면 후쿠시마원전사고 후속대책으로 도입된 비상디젤발전차가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이 같은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원전 내 냉각기능이 상실하게 되면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노심융해가 진행되는데 폭발의 원인인 수소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 격납건물 내에 전력공급이 되지 않아도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수소제거장치가 설치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소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원전전문가들은 영화 판로라가 허구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구구절절 설명을 덧붙인 이유는 원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원전=핵폭탄’이란 등식이기 때문이다. 원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국민들은 이 영화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따라서 국민들은 영화판도라를 일어날 수 있는 재난으로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영화가 국민적인 분노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다.

영화 판도라를 본 원전전문가나 원전종사자들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럴 필요가 없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영화는 있는 그대로를 화면에 담아내는 다큐멘터리와 분명 다르다.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위기는 고조돼야하기 때문이다. 고조된 위기들이 만나 클라이맥스가 만들어진다.

실제로 영화는 사실을 기반으로 할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없다. 영화 판도라가 흥행을 이어가는 이유는 이러한 위기들이 사실이든 허구이든 고조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결론을 만들어놓고 역으로 퍼즐을 맞춰나가는 영화 시나리오란 특징도 한 몫 한다.

영화 판도라가 여론에 반영되는 것은 자명하다. 그 동안 관심밖에 있던 원전이 후쿠시마원전사고 여파로 사실상 국민과 첫 대면을 했다. 게다가 최근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영화 판도라는 그 동안 쌓였던 원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원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던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정부와 원전업계가 원전 알리기를 했던 정책에 대한 성적표는 영화 판도라에 따른 국민적인 분노게이지가 될 것이다.

원전에 대한 찬반논쟁에 국민여론이란 마지막 퍼즐이 맞춰져야만 건전한 원전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야만 원전정책은 투명해지고, 원전이 보다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게 된다.

갈 길이 멀다. 국민들은 원전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데다 마음 급한 정부와 원전업계는 원전수용성을 높이는데 혈안이 돼 있다. 국민들도 원전이 특별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특별하게 관리되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 판도라는 원전을 경제성만으로 따지는 것이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영화 속 발전소장은 용역업체 직원들과 격납건물 내로 들어가면서 같이 들어갈 것이냐는 물음에 ‘내 집에 내가 들어가야지’하는 대사다. 또 하나는 폭발한 격납건물에 해수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해수 투입이 결정되자 사업자가 망연자실하는 장면이다. 해수가 투입되면 원자로를 재사용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원전정비는 한전KPS에서 도맡고 있다. 물론 민간에서 맡고 있으나 경정비다. 영화 판도라는 민영화된 한전KPS, 원전정비시장 개방을 가정하고 있다. 또 한수원은 민영화된 극한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 아닌가싶다.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까지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전KPS 주식이 일부 상장돼 있지만 정부의 품안에 있고, 한수원의 지분은 100% 한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6월 에너지기능조정의 일환으로 한수원 주식이 30%가량 상장되는 것으로 결정된 바 있다.

영화 판도라는 조직적인 측면에서 이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첫 원전재난영화 판도라, 원전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가 관심으로 이어져 원전산업의 건전한 생태계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원전업계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원전에 대한 기본 지식이 보편적인 지식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이 현세에서의 또 다른 골든타임일 수 있다.

다만 이 영화로 원전현장 곳곳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원전종사자들이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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