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에너지 집착…버려야 할 물건 사는 것과 같아
화석에너지 집착…버려야 할 물건 사는 것과 같아
  • 김진철 기자
  • kjc@energytimes.kr
  • 승인 2016.09.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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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 IPCC 의장, 에너지경제硏 개원 30주년 세미나서 밝혀
한전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된 전력수급시스템 만들어야 주장

【에너지타임즈】신(新)기후체제 출범 후 각국에서 기후변화대응을 최대 이슈로 잡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더 이상 화석에너지가 발을 붙일 자리가 없어 화석에너지에 대한 더 이상의 투자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으로 각국의 기후변화대응 실태를 점검하는 국제수장의 발언이다.

이회성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의장(에너지경제연구원 초대원장)은 2일 리츠칼튼호텔(서울 강남구 소재)에서 열린 에너지경제연구원 개원 30주년 기념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이 같은 의견을 내놨다.

이 의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제21회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종료시한을 하루 넘겨 기존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신(新)기후체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에 150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가입 국가들이 기후변화를 방치함에 따른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파리협약에 강제규정이 없는 탓에 실천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와 관련 “(파리협약에서의) 강제조항은 큰 의미가 없다”고 언급한 뒤 “가입 국가들이 상호간에 감시하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표면적인) 강조조항보다 더 강제적”이라고 말했다. 또 서로가 감시할 경우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활동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의장은 이 같은 각국 분위기를 전한 뒤 기후변화대응은 시대적 정신이라면서 이 영향으로 화석에너지는 갈수록 설 곳을 잃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기회가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이 의장은 저유가기조 여파로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어렵다는 의견에 대해 국제유가와 신재생에너지 간 상관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은 뒤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30년간 자동차연비는 눈에 띄게 좋아졌으나 국제유가 변동과 상관이 없었음을 예로 들었다.

또 한정된 자금으로 화석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해야만 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의견에 대해 그는 고민의 대상이 아니라고 언급한 뒤 조만간 화석에너지 수요가 크게 줄면서 관련 시장도 위축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 의장은 저유가기조가 이어지기 때문에 해외자원개발이 적기란 주장에 대해 “사용하지 못하고 버려야 할 물건을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췄다. 이어 만약 정부에서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다면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써 반드시 말려야 할 것이라고 시대의 정신이 바뀌었음을 어필했다. 되레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할 재원이 있다면 기후변화대응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의장은 우리나라 에너지시장에 대해서도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기후변화대응 관련 산업계의 대응수단에 대해 현재 제도 하에서 에너지효율을 달성하는 것 밖에 없다고 진단하면서 산업계가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소비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정비돼야 하고 또 산업계 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전력수급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특히 이 의장은 “신(新)기후체제 전환은 우리에게 절호의 찬스”라면서 “우리는 화석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원부국처럼 부존자원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오래전부터 우리는 에너지자립의 일환으로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이 노력을 기후변화대응에 집중한다면 우리도 제시한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에너지경제연구원 개원 30주년 기념세미나는 ‘신(新)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미래에너지시스템 구축방향’이란 주제로 350명에 달하는 국내외 귀빈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급변하는 국내외 에너지정책과 에너지시장의 여건 하에서의 세계에너지정책변화를 조망하고 저탄소경제구현을 위한 미래에너지시스템 구축전략방안을 모색하는 장으로 꾸며졌다.

특히 ▲신(新)기후체제 대응 글로벌 저탄소 에너지정책 변화 전망 ▲신(新)기후체제 대응 한·중·일 저탄소에너지시스템 구축 방향과 전략 ▲신(新)기후체제 대응 미래에너지산업 발전방향 등의 세션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에너지시장은 셰일혁명과 기후변화대응이란 두 축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이중 파리협약은 각국이 저탄소경제로의 이행을 선언한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이어 박 원장은 “우리나라가 부존자원시대에서는 에너지빈곤국가로 서러움을 많이 받았으나 신(新)기후체제에서는 기술이 곧 에너지”라면서 “우리나라도 기술로 에너지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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