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역사 대학로극장 폐관 위기
28년 역사 대학로극장 폐관 위기
  • 오혜은 기자
  • eun@energytimes.kr
  • 승인 2015.03.1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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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역사의 소극장 '대학로극장'이 폐관 위기에 처했다.

대학로극장의 정재진 대표는 11일 "평생 연극만 바라보고 살아온 우리 연극인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고 밝혔다.

관객이 들지 않고 있는데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월100만원 가량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안으로 건물주가 원하는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하면 연건동 건물에 입주한 대학로극장은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정 대표는 특히 서울시가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선정한 뒤 오히려 소극장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서울시에 문화지구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선정된 뒤 당시 50여 개였던 공연장 숫자는 지난해 약 150개로 급증했다.

문제는 건물주들이 건물 안에 극장을 짓게 되면 받는 혜택을 노리고 극장 수를 대거 늘리면서 수익이 악화된 것이다. 이로 인해 대학로는 상업화됐고 극장 임대료도 올랐다.

하지만 대학로 내 작품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기고 정작 대학로 문화를 조성한 소극장엔 관객이 줄면서 임대료도 내지 못할 상황이 된 것이다.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은 "이번 대학로극장 건은 법적 분쟁에서 이길 수는 없어도 대학로의 참혹한 실태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했다. "의도된 것은 아니었지만 대학로 문화지구 지정이 건물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면서 "대학로극장을 비롯한 소극장 연극인들의 요구는 말뿐인 '행정지구 지정을 철회하라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대학로는 소극장들이 자생적으로 모여 생긴 곳인데 대학로의 생태계를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행정으로 오히려 소극장이 고사하게 됐다"면서 "민간 소극장의 공공성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 대학로극장 대표를 비롯해 약 150명은 이날 오후 대학로에서 상여를 멘 채 대학로극장 철거를 반대하는 행진을 벌였다. 정 대표는 "대학로에서 소극장은 죽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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